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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강렬함 속의 부드러움 (2)

by 맛있는 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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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태국 음식 도전]

제우와 마이크는 인도 친구 라훌과의 매운 음식 도전을 겨우 이겨낸 후, 우쭐해져 있었다.

“우린 한국인이라 문제없어. 매운 음식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라고 외치며 자랑하던 그들.


그런데 그날, 태국 친구 폰(Pon)이 라훌의 말을 듣고 다가왔다.

“진짜? 인도 음식도 괜찮았어?”

마이크는 우쭐대며 말했다.

“물론이지! 아무리 매워봤자, 한국인인 우리한테는 별거 아니었어.”

제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린 하루 세끼 다 매운 음식을 먹는다니까.”


폰은 미소를 짓더니, 새로운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태국 음식을 한번 도전해보는 건 어때? 내가 정말 매운 태국 음식을 소개해줄게.”

제우와 마이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문제없어! 우린 한국인이니까. 태국 음식? 매워봤자지!”


며칠 후, 태국 식당.

제우와 마이크는 폰과 함께 태국 식당에 도착했다. 폰은 태국어로 웨이터에게 무언가를 주문했고, 두 사람은 기대에 부푼 채 앉아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주방에서 퍼져 나왔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와, 진짜 맛있어 보인다!”

마이크가 환하게 웃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제우도 기대에 찬 표정으로 음식을 집어 먹었다. 그런데 한 입 머금자마자, 두 사람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매운맛에 눈이 살짝 휘둥그레졌다.

속으로는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매워?’

하지만 둘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하며 먹었다.


그때 폰이 물었다.

“너희 괜찮아? 너무 맵지 않아?”

제우와 마이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괜찮아! 먹을 만해! 아주 맛있어.”

태국고추.jpg

둘은 자신들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다시 한 입을 먹으며 태연한 척했다. 그러던 중, 작은 고추가 음식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고추가 작고 귀여워 보였고 별로 맵지 않을 거라 생각한 두 사람은 자신 있게 고추를 집어 한 입에 넣었다.


그러나 그 순간, 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뭐지? 이건 진짜… 너무 매워!’

청양고추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매운맛이 입안에 폭발했다.


그러나 폰의 걱정 어린 시선을 의식하며, 제우와 마이크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하하… 먹을 만하네! 아주 맛있어!”


폰은 놀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그날 저녁, 둘은 침대 위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배를 움켜쥐며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진짜 사람 먹을 음식이 아니었어!"

마이크가 신음을 섞어 말하자, 제우도 맞장구를 쳤다.

내 배는 지금 화산이야. 그래도 폰 앞에서 티 안 낸 건 대단하지 않았어?"

그렇게 고통 속에서도 승리를 자축하며 둘은 서로를 격려했다.

“이거 진짜 대박이었지? 어떻게 그렇게 매운 거야...”

마이크는 배를 움켜잡고 힘겹게 말했다.

“진짜 힘들었어... 배가 너무 아파.”

제우도 침대 위에서 신음을 내뱉었다. 태국 음식의 강력한 매운맛은 그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둘은 묘한 감정에 빠졌다. 배를 움켜잡고도, 어쩐지 이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 한국인이 이긴 거지?”

마이크도 힘겹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맞아... 우리가 또 이겼어...”


*****

제우는 미국에서 있었던 그날을 떠올리며 혼자 피식 웃고 있었다. 인도와 태국 친구와의 매운 음식 도전은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추억이었다. 그러나 그 추억에 잠겨 있는 사이, 제우는 어느새 마트의 라면 코너에서 제우는 진열대에 쌓인 불닭볶음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튜브에서 본 외국인들의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떠올랐다. 그들이 매운맛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엄청난 조회수를 올리는 것을 보면서, 제우는 어느새 불닭볶음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얼마나 맵길래 저렇게 난리인 거지?’

그러나 막상 진열대 앞에 서니, 불닭볶음면 종류가 너무 많았다. 제우는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한참 동안 라면 봉지를 하나씩 살펴보았다.


"오리지널, 까르보, 치즈...? 이게 다 뭐야?"

혼잣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봉지를 톡톡 두드리던 그는 이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역시 처음엔 기본부터 먹어야겠지."

표정에는 약간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불닭볶음면이 이렇게 많았나...?’

제우는 다양한 맛에 당황했다.

오리지널 불닭볶음면, 까르보 불닭, 핵불닭, 치즈불닭 등 각양각색의 불닭볶음면이 그의 앞에 가득 쌓여 있었다.

‘까르보...? 치즈...? 이게 다 뭐야?’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생각했다.

‘그래, 처음 먹는 거니까 오리지널이 낫겠지.’

제우는 오리지널 불닭볶음면을 선택하고, 몇 개가 들어 있는 큰 봉지를 집어 들었다.


‘유튜브에서 본 사람들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던 게 이건가? 얼마나 맵다고...’

그는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불닭볶음면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집에 돌아온 제우는 기대감에 부풀어 불닭볶음면을 조리하기 시작했다. 면을 먼저 익히고, 물을 빼서 그릇에 담았다. 그 위에 빨간 소스를 듬뿍 뿌리고 면을 비비기 시작했다. 매운 향이 코끝을 자극했지만, 제우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얼마나 맵겠어? 그냥 외국인들이 매운 거 못 먹어서 그런거겠지.’

제우는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한 입 크게 먹었다.

처음엔 별로 맵지 않았다. 오히려 짭짤 달콤 맛있었다.

‘뭐야, 생각보다 안 맵네? 이 정도면 그냥 맛있잖아.’


그러나 그 순간, 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10초... 9초... 8초...

제우는 평온하게 면을 계속 먹었다.

7초... 6초... 5초...

하지만 갑자기 혀끝이 이상해졌다.

4초... 3초... 2초...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1초... 0초!

“아악!!”

갑자기 매운맛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제우의 혀는 불이 난 것처럼 타오르기 시작했고, 입안이 화산이 폭발한 듯 뜨거워졌다.


‘이게 뭐야! 너무 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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