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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강렬함 속의 부드러움 (1)

by 맛있는 피츠

https://brunch.co.kr/brunchbook/huhu

제우는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콘텐츠 중 하나는 외국인들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영상이었다. 제우는 그들의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을 찔끔 흘리는 모습을 보며 마치 자신이 그 매운맛을 체험하는 것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특히 그들이 물을 급히 찾는 몸짓과 헛웃음을 짓는 표정은 제우에게 묘한 쾌감을 주었다.


"정말 그렇게 매운 걸까?"

라는 궁금증이 점점 더 커져 갔다.


화면 속 외국인들은 매운 면발을 한입 먹고는 얼굴이 붉어지며 물이나 우유를 찾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무척 재미있었고, 조회수도 엄청나게 높았다.


“불닭볶음면이 그렇게 맵나?”

제우는 영상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최근 뉴스에서도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가 보도되었다. “매운맛 열풍”, “불닭볶음면 챌린지” 같은 키워드들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었다.


“매우면 얼마나 맵겠어?”

제우는 중얼거리며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내가 먹어보면 그냥 그저 그런 매운맛일 텐데.”


그렇지만 영상을 계속 보면서, 제우는 자신도 모르게 불닭볶음면의 맛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혀끝에 매운맛이 닿는 순간 어떤 느낌일지,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도 같은 고통을 줄지 궁금해졌다. 저 사람들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맛이 도대체 얼마나 맵길래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제우는 유튜브에서 불닭볶음면 챌린지를 보던 중, 문득 미국에서 있었던 매운 음식에 얽힌 추억이 떠올랐다. 그때도 매운맛을 좋아했던 제우와 마이크는 인도 친구 라훌과 함께 인도 식당에 갔던 적이 있었다.


[미국, 몇 년 전]

라훌이 인도 식당에 앉아 있는 제우와 마이크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매운 음식 잘 먹는 편이야?"

라는 질문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한 어조였다.


마이크는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한국인은 하루 세 끼를 다 매운 음식으로 먹어. 매운맛? 우린 익숙하지.”

제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우리는 매운 음식 없인 못 살아. 별거 아니야.”


라훌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정말? 그럼 진짜 매운 음식으로 시켜도 돼?”


제우와 마이크는 우월한 태도로 자신 있게 외쳤다.

“그럼! 가장 매운 걸로 시켜 줘!”


라훌은 웃으며 웨이터에게 가장 매운 요리를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등장했다. 빨갛고 매워 보이는 카레와 향신료가 가득한 요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제우는 속으로 ‘매워봤자 얼마나 맵겠어’ 하며 한 입 먹어보았는데, 첫맛부터 혀를 감싸는 화끈한 매운맛이 밀려왔다. 혀끝이 마비된 듯 얼얼해졌고,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코끝까지 매운 기운이 치솟아 눈물이 핑 돌았다. 입 안에서 마치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느낌에 제우는 본능적으로 물을 찾으려 손을 뻗었지만, 곧 이를 악물고 참았다. 혀끝이 얼얼하고 눈물이 절로 나는 강렬한 맛이었다.


속으로 ‘이게 뭐지? 너무 매운데...?’라고 생각하며, 옆에서 마이크도 살짝 찡그리며 카레를 한 입 더 집었다. 둘 다 당황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계속 먹었다.


그때 라훌이 여유롭게 음식을 즐기며 물었다.

“너희 괜찮아? 너무 맵지 않아?”


둘은 매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제우는 손을 살짝 떨며 숟가락을 내려놓지 않으려 애썼고, 마이크는 얼굴이 벌겋게 변한 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계속 음식을 집었다.


"이 정도쯤이야,"

제우가 힘겹게 말하자, 마이크도 이에 맞장구를 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니, 괜찮아! 이 정도면 충분히 먹을 만해.”


그러나 속으로는 ‘이거 진짜 먹을 수 있겠어?’라며 걱정이 밀려왔다. 입안은 불타는 것 같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인의 자존심 때문에 억지로 계속 먹었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온 제우와 마이크는 둘 다 배를 움켜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이게 대체 뭐였지...?”

마이크가 침대에 누워서 중얼거렸다.

“라훌이 정말 너무 맵게 주문했어...”

제우도 배를 움켜잡으며 말했다.

“진짜 먹기 힘들었는데, 어떻게 다 먹었는지 모르겠다...”

둘 다 매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음식을 다 먹었지만, 돌아와서는 뒹굴며 배를 부여잡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묘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래도... 우리 한국인이 승리한 거 아냐?”

“응... 뭐, 그런 것 같긴 해...”


둘은 그 자부심을 느끼며 쓰라린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인도커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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