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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환한 표정으로 남은 고기를 하나하나 마요네즈에 찍어 먹기 시작했다. 마요네즈가 녹아든 고추장 돼지불고기를 입에 넣으며 황홀한 표정으로 천천히 그 맛을 음미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마요네즈와 고추장 돼지불고기의 조합은 생각지도 못했던 최고의 궁합이었다.
제우는 마치 이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고기의 마지막 한 점까지 행복하게 즐겼다. 그 순간, 그는 완벽한 식사의 여운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자신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오자, 제우는 주변의 묘한 정적을 감지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유리, 영미 선배, 혜리 선배가 젓가락을 멈춘 채 놀란 표정으로 그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제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왜? 뭐… 제가 뭐 잘못했나요?”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애써 웃음을 참으려 했다.
영미 선배가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아니, 제우 씨가…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건 또 처음 봐서 말이야.”
하며 애써 웃음을 참았다.
그렇게 네 명의 식사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제우와 유리는 영업을 끝낸 마이크의 식당에서 맥주 한 잔을 즐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모인 세 사람은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을 꺼내며 오늘 하루 쌓인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있었다.
갑자기 하하하 하고 큰 웃음소리가 터졌다.
유리가 오늘 점심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제우 씨, 오늘 완전 무슨 홀린 사람 같았어! 막 밥을 잔뜩 먹고, 마카로니 샐러드에 고기 얹어서… 진짜 웃겼다니까!”
마이크도 눈을 반짝이며 유리의 이야기에 크게 웃었다.
“진짜? 제우가 그렇게 맛있게 먹었다고? 하하, 꼭 봤어야 했는데!”
셋은 웃음을 터뜨리며 맥주잔을 부딪쳤다.
“짠!”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마이크가 갑자기 마요네즈 이야기를 꺼내며 말했다.
“마요네즈가 그렇게 좋아? 그럼 내가 마요네즈로 간단한 요리 하나 만들어줄게.”
마이크는 능숙한 손길로 양파를 얇게 슬라이스 하기 시작했다.
제우와 유리는 무엇을 만들지 궁금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바라봤다.
잠시 후, 마이크가 바 테이블 위에 완성된 요리를 내놓았다.
“자, 이거야. 일본 요리인 ‘히야시 토마토’야.”
바 테이블 위에는 차가운 토마토와 얇게 썬 양파가 마요네즈와 함께 간단하게 올려져 있었다.
유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와, 진짜 맛있겠다! 제우 씨, 이거 진짜 시원하고 상큼할 것 같지 않아요?”
그러나 유리의 밝은 목소리와는 반대로, 제우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눈앞에 놓인 토마토와 마요네즈를 바라보는 순간,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졌다.
‘토마토… 또 토마토라니….’
제우는 깊은 한숨을 삼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번엔… 마요네즈도 나를 구해주지 못하겠지?’
유리와 마이크는 아무렇지도 않게 히야시 토마토를 즐기며 “정말 맛있다!”며 감탄을 쏟아냈다. 그러나 제우는 묘한 표정으로 토마토를 쳐다보다가 조용히 맥주잔만 들었다.
‘그래… 오늘은 그냥 맥주나 마시자.’
그렇게 제우는 홀로 토마토와의 끝없는 전쟁을 뒤로한 채, 맥주잔을 비우며 웃고 떠드는 친구들을 묵묵히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