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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는 당황하며 냉장고로 달려가 찬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하지만 매운맛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렬해졌다.
입안에서 불길이 치솟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손으로 입을 부채질했다.
"이거 진짜 미쳤네... 너무 매워..."
결국 그는 불닭볶음면을 다 먹지 못하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한입 먹을 때는 분명 맛있었지만, 뒤늦게 몰려오는 매운맛이 감당하기 힘들었다.
‘맵기는 미친 듯이 매운데, 이상하게 맛있긴 하네...’
남은 불닭볶음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걸 다 먹어야 하나? 아니면 버려야 하나?’
저녁 시간이 다가올 무렵, 제우는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몇 시간 전 먹었던 그 강렬한 매운맛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올랐다. 매운맛의 고통이 되살아날 때마다 혀끝이 다시 얼얼해지는 듯했다.
‘진짜 매웠는데...’
그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돼, 다시 먹으면 큰일 날 거야. 오늘 한 번만 해도 충분히 고생했잖아.’
하지만 동시에, 불닭볶음면의 맛있는 순간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짭짤하고 고소했던 소스가 면에 배어들어가던 그 순간이 자꾸만 떠올랐다.
‘근데... 그 매운맛이 지나가고 나면 꽤 맛있었단 말이지...’
침을 꿀꺽 삼킨 제우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안 돼! 그 고통을 또 겪을 순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자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한 번 더 먹어볼까...? 이번엔 천천히 먹으면 괜찮을지도 몰라.’
그는 먹을까 말까 고민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결국 냉장고 문을 열고 불닭볶음면 봉지를 꺼내려던 그는 멈춰 섰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또 먹으면 입이랑 배가 불타오를 텐데...’
봉지를 쳐다보던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그 맛이 정말 맛있었단 말이지...’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제우는 손뼉을 치며 외쳤다.
"그래, 계란후라이를 얹으면 덜 맵겠지!"
곧바로 냄비에 물을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 올렸다. 물이 끓어오르자 불닭볶음면을 넣어 면을 익히기 시작했다.
이제 그가 떠올린 비장의 무기를 꺼낼 차례였다. 제우는 냉장고에서 계란을 꺼내 작은 그릇에 톡 깨트려 넣었다. 이제 후라이팬을 꺼내어 계란후라이를 만들 차례였지만 후라이팬을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서랍을 열고 닫고, 부엌 여기저기를 뒤져봐도 팬이 없었다.
‘어? 후라이팬 어디 갔지?’
그러다 제우는 며칠 전 망가진 후라이팬이 생각났다.
‘아 맞다… 며칠 전에 후라이팬 태워서 못 쓰게 됐지…’
그때 제우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어, 근데… 이미 계란을 깨놨잖아? 이걸 어쩌지?”
작은 그릇 안에 계란이 들어 있었고, 이미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제우는 냄비 속에서 익어가고 있는 면을 바라봤다.
‘…어쩔 수 없지. 그냥 여기다 넣어버리자.’
그는 결심한 듯 냄비에 계란을 부어 넣고 젓가락으로 빠르게 섞기 시작했다. 계란이 면 사이에서 작은 조각조각으로 익어가며, 고소한 냄새가 퍼져나갔다.
‘그래, 이렇게라도 해야지. 뭐, 나쁘진 않을 거야. 계란아, 넌 오늘 나를 구해줄 거야.’
그는 젓가락으로 계란을 터트려 끓고 있는 면에 계란을 섞어 익혀 나갔다. 계란이 작게 조각조각 익어가며, 그 특유의 고소한 냄새가 면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야. 계란으로 매운맛을 잡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