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제우는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자마자 곧장 마트로 향했다. 오늘은 집들이 날이었다.
“아, 오늘 드디어 집들이인데… 큰일이네. 뭘 준비해야 하지? 나, 요리 잘 못하는데…”
걱정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리며 마트 안으로 들어선 제우는 사람들로 가득 찬 매장을 둘러보았다.
시식 코너에서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손님들에게 음식을 권하고 있었다.
“새로 나온 소시지 드셔보세요!”
“손님, 이번에 새로 나온 라면인데요.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면이라 더 건강합니다~ 정말 맛있어요!”
제우는 그런 시식 코너들을 지나치며 생각에 잠겼다.
‘서울에 올라온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혼자 장 보는 게 낯설다. 대형 마트는 언제 와도 참 새로워. 시식 코너에서 배 채운 날도 많았지… 하지만 오늘은 그럴 여유가 없네.’
시골에서 상경한 제우는 서울에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직장 동료들을 집에 초대하는 날이었다.
요리를 잘 못하는 그는 배달음식으로 해결할까 고민했지만, 이번만큼은 직접 요리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비록 요리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마트를 돌아다니며 재료를 고르는 일이 제우에겐 작은 즐거움이었고, 시식 코너에서 이것저것 맛보는 건 그에게 소소한 행복이었다.
‘외로움을 달래는 데 꽤 도움이 됐었지.... 오늘은 특별하게 준비해보자.’
제우는 속으로 다짐하며 장을 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요리 재료들을 살펴보던 제우는 결국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양념된 음식을 고르기로 했다.
“반찬 한 번 맛보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제우는 발걸음을 멈췄다.
직원이 건네주는 작은 접시를 받아들고 반찬들을 하나씩 맛보기 시작했다.
‘요즘 마트에서 파는 음식들도 꽤 괜찮네. 가격도 적당하고, 조금씩 살 수 있어서 요리를 대량으로 하지 않아도 되는 게 좋아.’
제우는 혼잣말을 하며 반찬 코너를 한 바퀴 돌았다.
“장조림이랑 김치, 그리고 오징어 무침 주세요.”
“아, 혹시 진미채 무침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 네, 진미채 무침으로 주세요.” 제우는 살짝 당황하며 웃음을 지었다.
‘진미채 무침이라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어린 시절, 제우는 콩조림이나 멸치조림이 반찬으로 나오는 날이면 밥을 잘 먹지 않았다.
반면 1년에 몇 번밖에 먹을 수 없는 장조림을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면 밥 위에 잘게 잘게 쪼개서 아껴 먹곤 했다.
장조림이 나오는 날은 정말 행복했다.
진미채무침은 자주 해주셨지만, 가끔 매콤한 맛과 질긴 식감이 질릴 때도 있었다.
주로 고추장으로 무쳐주셨고, 가끔은 간장으로 조려 주시기도 하셨다.
간장으로 만든 무침을 먹다 보면 고추장 무침이 그리워지곤 했다.
“얼마만큼 드릴까요?”
직원이 반복해서 물었지만, 과거 생각에 잠긴 제우는 질문을 듣지 못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제우는 대답했다.
“아… 오천 원어치씩 주세요.”
과거의 생각에서 깨어난 제우는 반찬을 포장하는 직원의 손을 보며, 오늘 집들이가 무사히 끝나길 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메인 음식으로는 뭘 준비하지? 서울 생활 첫 손님이자 직장 동료들이니까, 맛있는 걸로 대접해야 할 텐데….”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언양불고기 맛 좀 보세요~”
제우는 고개를 돌려 시식 코너로 다가갔다.
“언양불고기? 먹어본 적이 없는데… 어떤 맛일까?”
[언양불고기 - 얇게 썬 쇠고기에 특유의 양념이 배어 언양불고기는 경상남도 언양 지역의 유명한 전통 음식으로, 양념에 과하지 않게 재워 고기의 풍미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