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남편은 주택에 대한 꿈을 접지 못했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꾸준히 발품을 팔았고 꽤 많은 수의 집들을 만났다. 집을 보고 온 날이면 그는 가슴이 두근거린다며 잠 못 이루곤 했다. 한껏 들뜬 사람 옆에서는 오히려 머리가 차가워지는 법이었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다시 한번 가서 보자" 다행히도(?) 두 번째로집을 보고 나면 처음엔 보이지 않았다던 단점을 짚어내며 알아서 후퇴하는 그였다.
이제와 생각하면 집을 찾는 모든 과정이 여행이었다.
그 수많은 집들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는 결국 그 집에 사는 우리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예쁜 집은 많았지만 그중에 우리 집은 없었다. 서울에 가까울수록 땅과 집이 작아졌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것들은 우리에게 과하게 컸다.
집들이 어찌나 큰지 사람 방, 고양이 방, 사람 화장실, 고양이 화장실을 따로 써야 할 지경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집의 크기와 완성도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멀리에서 보기 좋은 집들도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은 적이 많았다.
바라는 것만 많은 나는 넓게 까다로웠고, 본것만 많은 남편은 좁게 디테일했다.개발자 출신 남편은 창틀과 벽지 사이 마감까지 들여다봤고, 문과 출신 아내는 너무 북적이는 동네도 너무 외진 동네도 싫다 했다.
집 보러 가면 건축 관련 일 하냐는 질문을 받는 남편. 아니요. 아닙니다.
너무 다른 부부의 묘한 콜라보로 보는 이도 보여주는 이들도 서서히 지쳐갔지만, 천천히 배운 것도 있었다. 블로그에는 예쁜 실내 사진이 가득했지만, 막상 현장은 가파른 언덕배기여서 썰매를 끌고 다녀야 할 것 같았다거나. 외관이 너무 아름다웠는데 막상 실내는 날림 공사였다거나. 욕실 창문을 열면 옆집 사람과 1미터 거리에서 까꿍 한다거나.그러니까 사진은 믿을 것이 못된다는 것. 필터 없는 맨눈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점.
이 예쁜 집들도 실제로 보면 어딘가 다를지 모른다.
무엇보다 평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을 비워둘 우리에게 맞는 집은 '주말을 위한 공간'이었다. 여행으로 목마름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일상과 단절되는 황홀한 경험이 아닌, 일상과 연결되는 소박하지만 나만의 장소를 갖고 싶었다.
여보, 멋진 정원을 주시려거든 정원사도 함께주세요.
넓은 마당도 커다란 집도보기에는 좋았지만 우리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그저 집에서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거리에,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뜰과 관리가 쉬운 손바닥만 한 주택, 고양이들이 밖을 구경할 수 있는 커다란 창문, 그러니까 '작지만 제대로 지은 집' 그거면 충분했다.
'작지만 완벽한 집' 이런 집이도대체 세상에 존재하긴 할까 생각하면서도막연하기만 했던 '우리 집'에 대한 기준이 서서히 드러나는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