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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블티좋아 Aug 08. 2022

지금도 충분히 멋진 오십 나이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을 읽고

도서명 :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

저자 : 이주희


판사 : 청림출판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은 MKYU 북클럽에서 6월 도서로 선정되었고 우리 동네북 북클럽 첫 도서이기도 하다.


처음에 책 이름을 들었을 때 멋진 오십이라는 제목에 선뜻 공감이 가지 않았다.



오십이 얼마나 바쁘고 힘든 나이인데, 아이들 학원비에 등록금, 시가 친가 양가 가족들 의무 경조사 비용에 어떤 모임에서는 잘 사는 축과 못 사는 축이 극명하게 갈라져 자랑하는 사람한테 겉으로는 잘됐다며 화기애애하게 웃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부터 불편한 마음 안고 터벅터벅 걸어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집을 나설 때와 똑같이 어질러진 살림살이들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라 애꿎은 애들한테 잔소리를 퍼붓는 나이가 아닌가.



중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등하교 지하철에서 마주하는 아주머니들 얼굴이 왜 똑같이 네모나게 각지고 딱딱한지 몰랐는데 삶이 힘들어 그렇게 된 걸 알았다.


의무를 강요하는 시가에 시달리고 늘 괜찮다는 친정 쪽에는 제대로 못해줘서 오히려 성내고, 남편은 남편대로 마음을 몰라주고 자식들도 혼자 자란 듯 자기 세상 찾는다고 틱틱거리고.


웃을 일도 없고 몸도 힘들지만 마음이 외로워서 더 그랬을 거 같다.



이주희 저자는 21년 동안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했고 지금은 회사를 나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같다.



글을 다 읽고 드는 생각은 정말 글을 잘 쓴다, 어마어마한 시대 배경이나 이념, 어려운 주제가 아니지만 저자와 우리 모두가 겪어낸 희, 노, 애, 락을 담담하고 잔잔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에세이 형식으로 그려내어 힘들었던 시간을 함께 웃으며 추억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썼던 일기장에서 크게 공감하고 21년 회사생활 동안 21권의 업무일지를 남긴 글을 읽고 처음부터 꼼꼼하지 못한 나를 반성하고 다시 시작하는 오십 나이에 함께, 즐겁게 참여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아이가 한참 어렸을 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국에서 한 달에 적어도 보름은 타지방으로 출장을 간 남편 덕분? 에 독박 육아를 하며 예쁘지? 밥 먹을까? 잘했어요~ 하는 단답형 말고 문장을 얘기하고 싶은 친구를 간절히 바랐던 때도 있었고 주말이면 그나마 아는 한국 부인들은 다 가족과 지내느라 나와 딸아이 둘이서 복작거리는 시장 구경도 하고 버스를 타고 30분 넘게 해안 구경을 하기도 하고, 사실상 사람 구경을 하러 다녔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이가 커서 엄마는 이런 게 잘 받는다며 자기 월급으로 옷을 사 오기도 하고 남자 친구가 안 놀아주는 금요일 저녁에는 함께 넷플릭스를 보며 과자파티를 열기도 한다.



또 지금은 이 비 오는 날 운치 있게 카페에서 밀크티 마시며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토록 멋진 오십이라면.


이제는 누구 눈치 볼일 없이 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멋진 나이가 맞다.



아는 언니가 회사를 두 달 정도 휴직하고 딸이 있는 호주에 갔다가 뒤따라오는 친구들과 함께 3주 정도 크루즈 여행을 간다고 한다.


배우자가 처음에는 삐지셨다가 나도 가면 안 되겠냐고 해서 같이 가시게 되었다는데,  갓 결혼했을 때나 삼사십 대에는 생각도 못할 일이었을 텐데,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지금보다 더 멋지게 그 언니처럼 살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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