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부모님 집에 가기 전에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잠깐 들렀다.
실내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공기가 답답해 얼른 사고 나가려는데
한쪽에 마련된 새해맞이 이벤트 전시관.
아기자기 알록달록 사진 찍기 좋은 장식물들이 많았다.
20대인 딸아이가 휴대폰 그립톡을 만지작거린다.
작년에 샀었는데 이번에 또 새로운 것들이 출시되었단다.
“사줄까?” 하니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남자친구와 몇 년 후 결혼 계획을 세웠고 올해부터 절약해서 돈을 모으기로 했단다.
작년에 입을 옷이 없다고 모직코트, 숏 패딩 등 유행하는 종류별로 샀고
지난달에 또다시 귀엽다고 숏 패딩을 샀으며 며칠 전에는 또 못 보던 디자인의 롱 코트가 보였었다.
내가 보면 좀 찜찜한 것들은 회사로 시켜서 몰래 옷장에 넣어둔다고 하는데 결국은 들키고 만다.
딸아이가 마카롱 색채 스티커로 장식된 거울 앞에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머리를 비스듬히 손을 들고 찍는다. 따라서 포즈를 취한다.
서너 장은 기본이다.
찍은 사진을 살펴보던 딸아이가 거울을 쳐다보지 말고 핸드폰을 쳐다보라고 한다.
이제 좀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는지 이어서 다른 장소에서 열심히 찍어준다.
언제 또 이러고 놀아줄까.
결혼하면 이제 남편과 싸울 때나 아이가 생기면 아이 맡기려고 올 때아니면 얼굴 보기 힘들 거다.
몇 년 전에 회사 동료가 일주일에 한두 번 친정엄마한테 전화하면 전화해 줘서 고맙다고 하신다며,
엄마가 딸한테 전화하는데 뭐가 고맙냐고 해도 매번 고맙다고 하신 다셨다.
나도 나이가 드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카톡으로 보내 준 사진을 보니 딸아이는 손바닥을 쫙 펼쳤고
난 모아서 찍었다.
역시 나이 차는 이런 데서도 드러나 나보다.
그래도 사진이 예쁘게 나왔다.
카톡 프로필로 올리려다 딸아이 손가락에 낀 커플링이 보였다.
그럼 안되겠네.
할머니는 가족방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때론 확대해서 보시기도 한다.
아쉽지만 친구들한테만 보여줘야겠다.
엄마는 딸아이가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를 못마땅해 하신다.
연하이고 아직 군대도 안 갔고(대체근무 중이다) 경제적 능력도 없고(대체근무로 돈도 벌고 있다)
뚜렷한 장래가 안 보인단다.
아직 20대일 때 교직에 종사했던 친할아버지가 좋은? 자리를 연결해 주셨으면 바라신다.
본인의 손녀인 딸아이도 아직 20대이고 벌어놓은 돈이 별로 없는 건 당연히 개의치 않으신다.
나는 딸아이의 SNS 계정을 모른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내가 중학교 때 한창 엄마 아빠를 그들이라 칭하며 이유 없이 거리를 둔 것처럼
딸아이도 그런 시기가 있을 거고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리라는 예감.
또 내 자식이긴 하지만 부모에게 보여주기 싫은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중학교 때 딸아이와 같이 매주 토요일에 성인 발레를 배웠다.
성인이 되면 부모가 돌봐주는 데 한계가 있을 거고 스트레스 받을 때, 힘들 때 위로가 될 취미를 키워주고 싶었다.
처음에 발레를 같이 하자고 하니 다니던 태권도가 좋다며 시큰둥하던 딸아이를 어렵사리 꼬셔서 데리고 갔다.
같이 갔고 사람들이 막내 왔다고 예뻐해 주니 그 재미에 꾸준히 다니고 언니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가끔 발레 끝나고 카페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그날 안 나온 딸아이 얘기가 나오고 내가 대수롭지 않게 오늘 무슨 수업 있더라, 도서관 간다더라 하면 다른 사람이 “어? 아까 페북 보니까 OO에 있던데?” 하며 정확한 행적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에 가서 도서관 간다더니 어디 갔었다며? 하고 묻지 않았다.
딸아이는 공부를 싫어했다.
초등학교 때 출근하면서 공부할 양을 정해주고 퇴근해서 확인하면 하나도 안한 적도 많다.
한참 혼내다보면 눈치를 살살 보며 내가 공부하라고 접어두었던 책 귀퉁이를 몰래 펴고 있는 걸 보고 어이가 없던 적도 있다.
그 후로 강요를 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 그룹 빅뱅을 좋아하길래 신문에서 빅뱅 기사를 오려서 보여주며 신문을 보면 이런 재미있는 기사들도 나온다고 신문을 보도록 꼬셨다.
공부에 취미가 없던 딸아이가 어느 날 종합학원을 다니겠다고 했다.
오냐 잘 걸렸다.
네가 원해서 다니는 거니 혹시라도 수업 빼먹는 게 세 번 걸리면 바로 수강 취소라고 했다.
중학교 때도 마냥 즐겁게 학교를 다니던 딸아이는 중3 때 재미있는 적성을 발견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고 동아리 회장을 하더니 대학교도 전공을 하고 주말에는 관련 알바를 뛰고 졸업전에 취업을 하였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몇 달간 주말 포함 새벽 4시, 5시에 퇴근하고 다시 출근을 반복한 적도 있다.
급여가 센 직업이 아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힘들면 그만둬도 좋다.
몇 달 쉬다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에 다니며 취미로 일을 해도 좋다고 권하기도 했다.
딸아이는 지금 막 경력 쌓는 기간이라고 괜찮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지각하기 아슬아슬한 시간에도 아침으로 삼겹살을 구워주면 꼬박꼬박 다 먹고 가던 아이가 아침을 거르고 가는 적도 많다.
좋아하는 일을 만나기 스스로 변한다.
자식은 랜덤이라고, 그냥 믿어주는 수밖에 없나 보다.
연말에 부모님 집에 가기 전에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잠깐 들렀다.
실내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공기가 답답해 얼른 사고 나가려는데
한쪽에 마련된 새해맞이 이벤트 전시관.
아기자기 알록달록 사진 찍기 좋은 장식물들이 많았다.
20대인 딸아이가 휴대폰 그립톡을 만지작거린다.
작년에 샀었는데 이번에 또 새로운 것들이 출시되었단다.
“사줄까?” 하니 고개를 살래살래 흔든다.
남자친구와 몇 년 후 결혼 계획을 세웠고 올해부터 절약해서 돈을 모으기로 했단다.
작년에 입을 옷이 없다고 모직코트, 숏 패딩 등 유행하는 종류별로 샀고
지난달에 또다시 귀엽다고 숏 패딩을 샀으며 며칠 전에는 또 못 보던 디자인의 롱 코트가 보였었다.
내가 보면 좀 찜찜한 것들은 회사로 시켜서 몰래 옷장에 넣어둔다고 하는데 결국은 들키고 만다.
딸아이가 마카롱 색채 스티커로 장식된 거울 앞에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머리를 비스듬히 손을 들고 찍는다. 따라서 포즈를 취한다.
서너 장은 기본이다.
찍은 사진을 살펴보던 딸아이가 거울을 쳐다보지 말고 핸드폰을 쳐다보라고 한다.
이제 좀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는지 이어서 다른 장소에서 열심히 찍어준다.
언제 또 이러고 놀아줄까.
결혼하면 이제 남편과 싸울 때나 아이가 생기면 아이 맡기려고 올 때아니면 얼굴 보기 힘들 거다.
몇 년 전에 회사 동료가 일주일에 한두 번 친정엄마한테 전화하면 전화해 줘서 고맙다고 하신다며,
엄마가 딸한테 전화하는데 뭐가 고맙냐고 해도 매번 고맙다고 하신 다셨다.
나도 나이가 드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며 카톡으로 보내 준 사진을 보니 딸아이는 손바닥을 쫙 펼쳤고
난 모아서 찍었다.
역시 나이 차는 이런 데서도 드러나 나보다.
그래도 사진이 예쁘게 나왔다.
카톡 프로필로 올리려다 딸아이 손가락에 낀 커플링이 보였다.
그럼 안되겠네.
할머니는 가족방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때론 확대해서 보시기도 한다.
아쉽지만 친구들한테만 보여줘야겠다.
엄마는 딸아이가 지금 만나는 남자친구를 못마땅해 하신다.
연하이고 아직 군대도 안 갔고(대체근무 중이다) 경제적 능력도 없고(대체근무로 돈도 벌고 있다)
뚜렷한 장래가 안 보인단다.
아직 20대일 때 교직에 종사했던 친할아버지가 좋은? 자리를 연결해 주셨으면 바라신다.
본인의 손녀인 딸아이도 아직 20대이고 벌어놓은 돈이 별로 없는 건 당연히 개의치 않으신다.
나는 딸아이의 SNS 계정을 모른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몰랐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내가 중학교 때 한창 엄마 아빠를 그들이라 칭하며 이유 없이 거리를 둔 것처럼
딸아이도 그런 시기가 있을 거고 집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리라는 예감.
또 내 자식이긴 하지만 부모에게 보여주기 싫은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중학교 때 딸아이와 같이 매주 토요일에 성인 발레를 배웠다.
성인이 되면 부모가 돌봐주는 데 한계가 있을 거고 스트레스 받을 때, 힘들 때 위로가 될 취미를 키워주고 싶었다.
처음에 발레를 같이 하자고 하니 다니던 태권도가 좋다며 시큰둥하던 딸아이를 어렵사리 꼬셔서 데리고 갔다.
같이 갔고 사람들이 막내 왔다고 예뻐해 주니 그 재미에 꾸준히 다니고 언니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가끔 발레 끝나고 카페에서 얘기를 하다 보면 그날 안 나온 딸아이 얘기가 나오고 내가 대수롭지 않게 오늘 무슨 수업 있더라, 도서관 간다더라 하면 다른 사람이 “어? 아까 페북 보니까 OO에 있던데?” 하며 정확한 행적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집에 가서 도서관 간다더니 어디 갔었다며? 하고 묻지 않았다.
딸아이는 공부를 싫어했다.
초등학교 때 출근하면서 공부할 양을 정해주고 퇴근해서 확인하면 하나도 안한 적도 많다.
한참 혼내다보면 눈치를 살살 보며 내가 공부하라고 접어두었던 책 귀퉁이를 몰래 펴고 있는 걸 보고 어이가 없던 적도 있다.
그 후로 강요를 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 그룹 빅뱅을 좋아하길래 신문에서 빅뱅 기사를 오려서 보여주며 신문을 보면 이런 재미있는 기사들도 나온다고 신문을 보도록 꼬셨다.
공부에 취미가 없던 딸아이가 어느 날 종합학원을 다니겠다고 했다.
오냐 잘 걸렸다.
네가 원해서 다니는 거니 혹시라도 수업 빼먹는 게 세 번 걸리면 바로 수강 취소라고 했다.
중학교 때도 마냥 즐겁게 학교를 다니던 딸아이는 중3 때 재미있는 적성을 발견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고 동아리 회장을 하더니 대학교도 전공을 하고 주말에는 관련 알바를 뛰고 졸업전에 취업을 하였다.
지금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몇 달간 주말 포함 새벽 4시, 5시에 퇴근하고 다시 출근을 반복한 적도 있다.
급여가 센 직업이 아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힘들면 그만둬도 좋다.
몇 달 쉬다가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에 다니며 취미로 일을 해도 좋다고 권하기도 했다.
딸아이는 지금 막 경력 쌓는 기간이라고 괜찮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지각하기 아슬아슬한 시간에도 아침으로 삼겹살을 구워주면 꼬박꼬박 다 먹고 가던 아이가 아침을 거르고 가는 적도 많다.
좋아하는 일을 만나기 스스로 변한다.
자식은 랜덤이라고, 그냥 믿어주는 수밖에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