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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아래 새 것은 없다
Dec 30. 2019
지난 봄, 학교에서 상담을 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첫 시작이라 막연한 연구 설계를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해 보았으나 학술적으로 미진함이 있는 반면, 나름의 정책적 시사점들을 도출해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연구를 설계할 당시만 해도 그저 선행 연구들을 기반으로 연구 주제를 선정한 거라 생각했는데 4-5년 전 내가 썼던 일기를 보면서 새삼 놀라움을 느꼈었다. 그 시절 현장에서 상담을 했던 나의 경험과 이번 연구의 결과물이 지향하는 바가 너무나도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사건을 통하여 각자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가치관은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되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기에서는 학교 현장에서의 초짜 상담자로서 학생 상담 후 담임교사와의 면담 과정에 대해 느낀 점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담임교사와의 면담을 앞두고,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나는 그저 전문성을 뽐내기 위하여 그동안 내가 파악한 아이들의 비효율적 패턴에 대한 내용에 대해 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국 면담의 방향은 의도치 않게도 학교 내에서도 이미 문제아로 낙인된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담임교사들의 수고를 격려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예정에도 없던 선생님들을 향한 위로와 지지의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선생님들은 도리어 상담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고,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기대하던 바와 같이 스스로의 지도 방식과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을 반추하는 과정으로 이끌게 되었음이 기록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담임교사가 더 아이들을 잘 관찰하고 지도할 수 있는 위치이기에, 어떠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봐주어야 할 지에 대해선 어쩌면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다만, 소진되어 있는 그들을 향해 당신의 잘못으로 이러한 문제행동들이 촉발된 것은 아니라고 지지해주는 작업과 동시에 아이들을 진심으로 돌보다가 학부모로부터, 또 관리자로부터 좋지 않은 교육자로 치부되어 스스로 소진되어 버린 그 간의 수고와 서러움들을 위로해주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아이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 되었다는 생각하게 되었다.
일을 하다 보면 공부하는 것과는 달리 나 혼자만 열심히, 성실하게 한다고 성과가 나지 않음을 경험적으로 체득하게 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나에게 부족한 것,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파악하고 다른 이들과 협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성과물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