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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학교, 미래교육

경쟁이 아닌, 서로를 향한 관심과 협력을 통하여 미래를 꿈꾸다

  최근 나라를 들썩이게 하였던 ‘조국 사태’는 우리 사회의 승자독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건이 되었다. ‘조국 사태’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교육이 입시와 학벌, 좋은 직장에 진입해 안정적 삶을 보장받기 위한 일종의 ‘증명서’ 받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입증하였고 더 이상 오늘날의 '교육'이 과거의 ‘개룡남’, ‘개룡녀’를 양산하는 사회계층 간 이동수단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되기도 하였다.      

  

EBS 다큐프라임 '미래학교'의 한 장면

  이러한 맥락에서 EBS의 다큐프라임 ‘미래학교’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나 스스로에게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 것 같다. 사실 프로그램을 끝까지 시청하기 전까지는 그저 방법론적인 차원에서 디지털 교과서,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웨어러블 기기, 마이크로비트 등을 활용하는 수업에 대해 소개하는 프로그램처럼 보여서 기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곧 수업과정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참여 모습을 통하여 ‘미래교육’에 대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2시간 남짓 되는 프로그램을 모두 시청한 후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개념은 ‘Collaboration’이라는 단어였는데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4개국의 12명의 학생들이 서로의 강점을 활용하여 팀 프로젝트를 진행해나가는 것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준영이는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이미 집에서 미리 선행하여 학교생활이 지루하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준영이는 팀 프로젝트를 통하여 다른 친구들과 상호 교류함으로써 학습동기를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한편, 댄스동아리에서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하면서도 수학이라는 과목 앞에 늘 좌절할 수밖에 없던 ‘수포자’ 윤지는 자신이 상대적으로 잘하는 과목인 ‘사회’ 교과목 시간에 자신이 지닌 재능인 ‘리더십’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학습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수줍음이 많아 보였던 래호는 그동안의 학교 수업에서는 정해진 답을 말하지 않고 조금만 다른 반응을 보여도 오히려 이상한 아이로 취급받거나 비판받아 교실에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계속적인 팀 프로젝트와 비판받지 않는 협력적 분위기 속에서 래호는 소극적인 모습에서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며 학습에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 이처럼 미래학교에서 친구는 ‘경쟁자’가 아닌 ‘촉진자’로서 함께 한다.     

  

EBS 다큐프라임 '미래학교'의 또다른 한 장면

  

  수업시간에 줄곧 사용되는 태블릿과 스마트폰은 개별 학생의 학습 수준과 동기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어플을 통한 게임 형식의 시험은 평가받는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절감시킬 수 있게 돕는 매개체였다.


 오늘날의 교육은 수요자보다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표준화 과정을 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높은 부담의 상대평가는 사교육을 조장하며 타인을 경쟁상대로 인식하거나 경쟁의 구도 안으로 밀어 넣어 서열화시키는 입시위주의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암기 위주의 단순 지식을 전달하던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리는 요즘 세대의 학생들이 지닌 강점을 활용한 개별학습의 수준과 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방식을 구현해낸다면, 학교제도의 경직성, 국가 교육과정의 획일성, 상대평가와 학생 간 치열한 경쟁체제라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지닌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변화된 미래사회에서 교사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인도 슈리 램 학교 수학교사인 라비나 싱은 “아이가 있는 곳엔 교사가 있고 배우는 일이 즐거워질 수 있다. 기계가 교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태블릿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학습하고 있는 과정에서도 두 명의 교사들은 아이들 옆에서 학습하다 궁금한 점이 있는 학생에게는 필요한 대답을 해주고 기계가 줄 수 없는 맞춤형 격려(?)를 통하여 아이들의 학습을 지지하여 주는 모습이 종종 보이기도 하였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학습하는 방식은 자칫, 함께 공부하는 또래 및 교사와의 소통 및 관계를 단절시키고 자신의 지식을 향상하는 것에만 활용되지는 않을까 하고 우려하기 쉽지만 ‘미래학교’에서 나타난 수업의 모습에서는 이러한 매체적 수단은 그저 자기 수준에 적합한 진도를 나아가고 자가 점검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들은 삽화로만 보던 세포의 구조를 첨단기술을 통하여 생생하게 학습하기도 하고, 3D 프린터기를 활용하여 자신들의 창의력을 현실로 옮겨 실현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학습과정에서 개별 학생의 학습동기와 교과 성적을 참고하여 적절한 팀을 구성하여 학습을 촉진시키는 ‘장(場)’을 마련해주는 것도, 각자의 작은 성장과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 이를 독려하고 함께 기뻐하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었다.


  ‘교육의 대상은 사람이고 교육의 목표도 사람’이라는 어느 학자의 이야기처럼 교사의 역할은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해주는 사람의 역할에만 머무르면 안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어쩌면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실 현장의 디지털기기의 도입은 교사들이 교육의 본질에 더 다가가게 해주는 윤활유가 될런 지도 모르겠다. ‘배운 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고학력의 사회가 되면 될수록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타락해가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인지적 차원에서의 교육’은 수요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 접근성과 효과성이 높은 디지털기기에 맡겨두고 (기기가 줄 수 없는) ‘정의적 차원에서의 교육’을 위하여 교사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강점을 찾아주는 조력자가 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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