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유 일기

당신은 촌스러우나 떡은 맛있어

할 말 더럽게 없어서 , 소심해서

by 빽언니


그녀는 말이 빠른데 덜덜거리며 말해서 딕션이 엉망이라 가방끈 짧은 티가 풀풀 난다. 센터에 나처럼 학점은행제로 학위나 자격을 따려고 온 실습생들을 부려먹는 일은 그녀가 도맡아 하는 것 같았다. 짐 나르고 청소하게 하는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시키는데 주로 나를 '어이',라고 불렀고 '거기 이리 와 봐요'라고 불렀다. 으그..


오늘에야 알았지만 그녀는 소장이라는 타이틀의 명함을 사용하고 있었다. 태도나 말투나 목소리나 걸음걸이조차도 참으로 저렴했기에 난 대표의 목소리 큰 아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저런 여자가 이런 사설 사회복지기관에서 직업인으로서 일을 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아직도 정확한 관계나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분은 소장님이시던데요? 처음에 전 부엌에서 직원들 밥도 하시고 청소도 같이 하자고 부르고 해서 청소하는 아주머닌 줄 알았어요 ㅎㅎㅎ "


그냥 슬쩍 지나가는 말로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는 척 말을 흘려놨더니.. 오늘 그녀는 실습하러 출근하며 외치는 나의 우렁찬 인사에 대꾸도 안 했다. 뭔가 내 얘기가 그녀의 귀에 들어간 게 틀림없다. 요 하염없이 촌스러운 소장님아..ㅋㅋ 맛 좀 봐라


그녀는 내가 있는 방으로까지 내담자를 데리고 오더니 상담을 하며, 나를 자꾸 쳐다봤다. 이런 일을 하는 자신을 보란 듯이 하는 행동 같았다. 내 앞에서 다른 이에게 명함을 턱 하니 건네고, 카운터 앞에 앉아서 안 하던 페이퍼 워크를 꽤 열심히 해댔다. 그녀는 자신이 밥순이 청소아줌마가 아님을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사실 난 현장실습 160시간만 채우고 떠날 사람이라 그녀가 소장이든 소시지든 난 상관없다. 아마 그녀에게도 난 소중하지도 않은 뜨내기 실습생이었겠지만...


처음 며칠 막 인테리어 끝난 강의실 바닥에 무릎 꿇고 엎드려서 횟가루나 벽지용 풀을 물티슈로 닦아내라고 시키고 부려먹던 그녀가 미웠다.

그래서 난 그녀의 귀에 들어가게 여럿이 있는 곳에서 그녀가 일하는 아주머니인 줄 알았다고 말했던 거다. 당신 븅신 같아 보인다고 복수하듯 욕한 거다.


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소장님 오늘은 떡 없어요? 어제 그 떡 맛있었는데 헤헤헤"


"당신은 여기서는 소장이라 불리며 실습생 들위에서 군림하지만, 내 비록 160시간 당신의 쫄병인 운명이지만...ㅠㅠ 교양이라고는 없는 당신 모습은 밥순이 같고 식순이 같이 촌스러워요"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녀와 말 섞기도 싫은데 한 공간에서 전혀 말을 안 할 수도 없으니 할 말도 더럽게 없어서...

오늘은 그저 그녀가 준 떡이나 소심하게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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