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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언니 May 08. 2019

계속 글 싸지르기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책 쓰기를 도와주는 컨설팅업체 한두 군데의 설명회에 가 본 적이 있다연예인 만드는 기획사처럼 글쟁이들과 글감을 사냥하고 기획하는 곳이었다작게는 400만 원에서 15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3개월간 글 쓰는 프로젝트 팀에서 오프라인 모임과 온라인 코칭을 겸해 준다고 했다출판된 책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그들은 내 안에서 뭘 끄집어낼 수 있게 해 준다는 걸까나는 준비되어 있기는 한가나는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끄집어낼 수 없을 것 같았다돈을 쓰고 배워볼까 말까배울 건 또 뭐가 있나별 거 아닌 콘텐츠를 포장하는 법을 배우나내가 쓰려는 책이 처음부터 저렇게 거액을 들여서 코치를 받아가며 출판을 해야 하는 정도의 콘텐츠도 아닌데어차피 다 내가 해야 되는 일인 것을....


책이야 누구나 만들어 줄 수 있다그러나 글은 결국 내가 다 해야 되는 일이다. <책 쓰기가 아닌 글쓰기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어트 PT를 한다면오만가지 이론을 지닌 코치를 대면한다고 해도 결국은 내가 직접 걷거나 뛰거나먹는 걸 내가 직접 덜 먹거나 해야 살이 빠질 것이다.

 

수영을 배운다고 한다면코치가 수영하는 거 백날 보고 앉아 있어 봤자, 내가 팔다리 움직이면서수영장 똥물 잔뜩 배불리 먹어가면서 직접 움직여야 헤엄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곰 사람 프로젝트를 만났다이끌어주는 이도 있으나 가르치는 이는 없으니 일단 내 마음대로 해 보라고 한다마구 쓰라고 한다내가 잘하던 못하던 나더러 직접 마음껏 해보라고 하는 습관 만들기 프로젝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바로 이거다 싶었다.


글쓰기 김재희 코치의 글에 <지나친 검열은 글쓰기 습관에 전혀 도움되지 않습니다가벼운 마음으로 쓰세요>라는 문구가 항상 고정적으로 달려있는 걸 보고사람들이 자기 검열을 지나치게 하나 보네? 무거운 마음으로 쓰나 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아니다이곳에서 실명을 걸고는 있지만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고참여한 사람들보다 내 글을 클릭한 수가 적고 댓글도 별로 없는 걸 보면모두가 내 글을 읽는 것도 아닌 걸 알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남에게 읽히는 글이라 잘 써야 한다는 부담은 전혀 없었다.


나는 잘 쓰지 못하지만 쉽게 쓴다오늘은 뭘 쓸까를 생각하기는 하지만글을 쓰기 시작하면 길던 짧던 10~20분 정도면 술술 쓴다배설하듯이 시원하게 찍글을 쓰는 타입인 것 같다그리고는 읽어보지도 않았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해서한 번 정도는 입으로 소리 내서 읽어보고 오타를 수정하고 올린다가끔 내가 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지할 때도 있다완전 코미디다도대체 내가 쓴 글에 정신 박힌 구석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거나 생각이 모아져 있지 않은 것 같을 때도 많다그래도 상관없다.


아직은 내가 글을 잘 못쓴다고 해서 누구에게 부끄러워해야 하나이제 생후 30일 젖먹이인데.... 붓글씨를 써도 30장 연습한 사람은 글씨체가 안 생기지만 5000장 쓴 사람은 싫든 좋든 자기만의 글씨체가 생긴다그래서 난 더 훈련이 필요하다나만의 문체나 글투가 생길 때까지그러고 나서는 그걸 넘어서서 완전히 다른 투의 글도 써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폭넓은 음악세계를 주무르는 베토벤처럼.....


매력이 넘치면서도 악 소리 나게 잘 쓰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원고료를 내가 원하는 만큼 흥정할 정도로 프로의 글쓰기를 하고 싶다나는한 줄 한 줄 읽기 힘들 정도로 평범하기 짝이 없는 글뜨뜻미지근하게 폼 잡는 글 같은 건 쓰지 않기를 바란다.


계속해서 글 쓰는 일이 30일이 되었다고 해도, 50일이 지났다고 해도 특별한 감흥 같은 건 없다뭘 알아야 감동을 할 텐데... 막 피아노 배워서 바이엘 상권 며칠 뚱땅거린 느낌이다그건 아마 1000일 글쓰기를 다 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그렇지만 몇 년 후 5000일 글쓰기를 하고 난 후라면 조금 다를까? 지금 내가 싸지르고 있는 낮은 수준의 글들을 읽고 가소롭고 웃겨서 낄낄거릴 수 있게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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