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POKE
비스포크야~ 미안하지만 난 바라는 게 없다
BESPOKE
삼성전자 신규 광고에서 < BESPOKE 그랑데 AI>라는 걸 내세울 때, 처음 접하면서 본 영어단어다. 광고에 흐르는 곡이 Andrew Bird의 "Sisyphus"라는 것만 알아내고 좋아했다. 배경음악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BESPOKE의 뜻이 뭔지 내가 모른다는 사실만을 잠시 확인했을 뿐 귀찮아서 검색도 안 했다.
그러던 내가 최근에 자주 보는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 나오는 자동차에 관한 유튜브를 찾아보다가 BESPOKE의 뜻을 알게 정확히 되었다. 드라마에서 자동차를 향해서 절쩔매면서 좋아하는 남자 배우의 장면이 꽤나 길게 묘사되었기 때문에 너무 웃겼다.
도대체 저 차가 뭔데 저렇게 오줌을 지릴 정도로 ,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고 쩔쩔매면서 좋아하는 표현을 하는지 궁금해서 관심도 없는 자동차를 다 검색해봤다. 그 차는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고스트 Rolls Royce Ghost >라는 꽤 비싼 자동차였다.
< 자율주행 같은 거 신경 쓰기보다는 내부 재떨이나 더 고급스럽게 만들겠다>를 표방하는 차라고 했다. 이 차를 소유한 사람들은 운전기사가 있는 레벨의 부자라서 운전석보다는 사장님이 앉는 뒷좌석에만 고급스러움이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그럴듯하다 ㅋㅋㅋ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 등장하는 <롤스로이스 블랙 배지 고스트 Rolls Royce Ghost >라는 자동차는 옵션을 선택하면 이 BESPOKE라는 걸 해 주는 거라며 설명하는 영상을 봤다. 저렴해도 6억 정도 하는 자동차로 매월 유지비만 천만 원에 가깝게 들어간다는 차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BESPOKE가 등장한다.
BESPOKE는 개인 주문에 따라 맞춘, 맞춤 생산을 하는 것을 뜻한다. -소비자가 ‘말하는 대로’ 제작해주는 맞춤형 생산방식을 말한다. 고객이 제품의 색상, 디자인, 크기 등을 정하고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면 그에 맞춰 제조 및 배송이 이뤄진다.
"그래 봤자 비행기도 아니고 자동차인데 참 돈지랄들 한다"라고 말했더니 남편이 정색을 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차가 롤스로이스인데 비싼 건 팬텀이라고 BESPOKE옵션 없이 차 값만 10억은 한다는 거다. 예전에는 돈만 많다고 탈 수 없었다고 한다. 원래는 돈이 많다고 아무나에게 팔지도 않았었는데 요즘은 돈 있으면 누구나 사는 차가 되었고, 중국에 이미 잔뜩 깔린 차지만, 남편은 본인의 자동차를 3대 살 돈이 있어야 Rolls Royce Ghost를 산다고 했다.
" 자기는 저 차 사고 싶겠네? " 나의 말에 남편은 축 처진 등을 보여 줄 뿐 대답도 없었다. 심부전을 앓고 나서 고개 숙인 남자가 된 지 오래라 걸음도 잘 못 걷는다.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는다는 대답을 등짝으로 하다니 좀 쓸쓸했다.
" 다음에는 저 차 사자"라고 말해 줄 걸 그랬나? 말이야 뭔들 못 하겠나 ㅎㅎ
자동차를 좋아하는 남편이 몇 년 전에 본인이 좋아하는 차를 사고 나서 싱글벙글 한동안 환하게 지냈던 그 표정을 잊을 수 없다. 차 한 대 새로 마련했을 뿐인데 세상을 다 얻은 듯이 밝은 얼굴로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 희한했다.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에 남자 배우가 짓던 편안하고 황홀한 그 표정이었다.
자동차를 그냥 이동수단으로만 보는 난 남편의 차는 별로 타지도 않는다. 나는 기본 옵션만 딸린 채로 산 BYD 전기차를 따로 타고 다니니까 가성비 좋고 유지비도 별로 안 든다. 남편의 차는 돈도 많이 들고 기름도 많이 먹고 크기도 크고 거럭맞아서 난 가끔 구박을 했다. 쓸데없이 혼자 타는 차가 너무 크다고 말이다.
지금은 내 차도 남편 차도 중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먼지가 뽀얗게 덮인 채로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지금 간다고 해도 시동도 안 걸릴지도 모른다 ㅋㅋㅋ 지금은 중국으로 가는 비행기도 별로 없어서 당장 쉽게 돌아가지도 못하지만, 중국으로 돌아가면 남편은 다시 자신의 차를 타고 다니면서 예전의 편안한 표정을 찾을지도 모른다. 나도 어서 빨리 남편의 큰 차는 유지비 많이 든다고 구박해대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남편의 임플란트 시술이 다 끝나는 올여름이 지나면 중국으로 가는 하늘길도 조금 더 열리고 , 규정도 좀 더 수월해질 것 같은데 모르겠다 ㅠㅠ 코로나 때찌때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