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유 일기

나 늙었냐?

몸뚱이가 말을 안 들어 ㅠㅠ

by 빽언니

폐경이 되고 3년째다. 세상에서 가장 귀찮고 싫었던 월례행사인 생리대 차기를 안 하게 되어 날아갈 것 같은 반면, 내 몸은 점점 노인을 향해 가는 문턱에 있다 보니 소변이 마려워서 잠이 깼다.

며칠전에 가족외식한 파스타집에서 찰칵

오늘은 정확히 6시 50분에 일어났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미지근한 물을 한잔 마셨다.


중국인들은 "일찍 죽고 싶으면 매일 찬물을 마셔라"라고 말한다.


난 가끔 식당에 갈 때면 주는 엄청나게 찬물이 독약같이 느껴진다.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해서 섞어서 미지근하게 온도를 맞춘 후에 물을 마시곤 한다.


식당이 너무 바쁘거나 물은 셀프니 어쩌니 하는 깍쟁이 같은 문구라도 벽에 적혀 있으면, 내가 뜨거운 물 한 컵, 찬물 한 컵 정수기에서 받아와서 셀프로 섞어마신다.


오래 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이젠 내 몸이 차가운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실 수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힘이 부친다. 이가 시리다. 장이 부글거리다가 설사를 한다. 특히 내가 좋아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설사를 한다.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익숙지 않다 보니 찬 생수를 섞어서 미지근한 보리차 같은 구수한 커피로, 뜨뜻미지근한 커피로 만들어서 마실 때가 많다.


자극적으로 매운맛도 상종 안 한 지 오래다.


이젠 벅차다. 골이 띵하다 머리가 아프다. 이렇게까지 내 감각을 자극적으로 건드리는 온도나 맛이 싫어질 줄은 나도 몰랐다.


또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았던 인스턴트 라면이 요즘 점점 먹기 싫어진다. 신라면은 특유의 화공약품 냄새가 나는 듯해서 역겨운 나머지 아예 사 들이지도 않는다.


아마 늙어간다는 신호일 거다.

젊었을 때 아무 느낌도 없이 팍팍 몸에 흡수되고 즐겼던 것들이 이제는 꼰대같이 늙은 내 몸의

온도, 미각세포, 후각세포와 리얼하고 역역하게 부대끼며 덜그럭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몸뚱이부터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다는 투덜이 스머프 늙은이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머지않아 오줌이 마려워서 새벽잠을 여러 번 깨는 할머니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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