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자유 일기

사장 때려치운 너

다시 혼자 사장하는 나

by 빽언니

남편은 매사에 치열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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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 사이에서 치고 나가며 뭔가를 쟁취한 적도 없고

적당하고 꾸준한 직업을 가진 적도 없다


그래도 "니 남편이 벌어다 줬으니까 살았겠지"라고 무조건 덮어놓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구차하지만 남편은 나에게 뭘 벌어다 준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쓰는 돈은 다 내가 벌어서 썼다.

난 아파트가 저렴할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일을 하기도 했다.

의도한 것 아니었지만, 돈이 있을 때 저렴한 곳에 투자를 했던 것이 값이 올라서 이득을 본 경우였다


내가 만든 회사에 , 출근도 안 하고 재택근무하는 내가

남편을 사장으로 앉혀뒀기에 남편은 오랫동안 사장이었다.

고객이 사장을 만나자고 하면 사장이라고 나가서 밥 먹고 얘기하고 광고를 따왔다

그 광고는 광고를 하겠다고 연락을 먼저 해 온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

힘이 들지도, 누군가랑 경쟁해야 하지도 않았던 것들이다.

광고를 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먼저 찾아가서 영업을 하는 일은 없었다


이제는 광고를 하겠다고 찾는 이도 별로 없는 시절이 되다 보니

직원들도 다 나가고 사장 혼자 남을 지경이 되었다고

더 이상 자기는 사장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고 들어앉았다


"직원도 없는데 혼자서 무슨 폼이 난다고 사장을 하냐? 나 이제 사장 안 할래"

그는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이다.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되고 폼이 안 나면 사장을 못하는가 보다

그 맛에 사장했으니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나 무책임한 건 남편의 평생 콘셉트이란 걸 잠시 있었었다


그래서 창업자인 내가 사장을 하고 있다.

사장이 뭐 별건가? 끝까지 책임지고 남는게 사장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우리 회사는 '나 혼자 내 방에서 컴퓨터 하나로' 시작한 작은 광고회사다

그러니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 일이 줄어서 직원도 필요가 없어졌다 한들

나 혼자서는 얼마든지 즐겁게 커버가 된다

광고 만들기 편집하기 등 내가 처음 컴하나로 시작할 때처럼 그냥 하면 된다


사장이냐 아니냐를 따질 것도 없이 그냥 일이 완전히 없어지는 게 아니라면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난 사장이라고 접대를 하거나 받거나, 폼을 잡고 누굴 만나지도 않는 사람이라

가성비가 좋다. 전화나 문자로도 충분히 표현을 하고 소통을 한다.


꼭 사람을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일로 연결이 안 된다.

지 얘기만 잔뜩 늘어놓고 말만 많고 비용이나 무조건 깎으려는 등 간만 보다가 , 끝내 고객이 되지 않는다.


광고를 할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상태로 있던 우리를 찾아 광고를 한다

그들 자신이 필요로 인해서 우리의 도움을 구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이 좋던 나쁘던 우린 가만히 있어도 된다. 굽실대고 영업을 뛰지 않아도 된다.


물론 사람을 만나서 얻는 이득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온라인광고만을 하는 소형회사는 이 정도로도 된다

큰돈은 못 벌지만 스트레스가 없다.

직원이 없어서 월급 안 나가서 좋다.

사장하던 남편이 사장 때려치우고 집에 들어앉았으니

길로 돌아다니면서 쓰던 비용도 이제는 안 든다.

자동차 기름값도 절약된다.

회사가 쪼그라들어서 적게 벌고 적은 경비를 쓰고 가뭄에 콩 나듯 수입에 생긴다고 해도

혼자 다 먹게 되니 나름 속은 편하다.


물론 돈이 적게 벌리니 요즘 유행하는 N잡러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하면 된다. 나도 N잡러 하면 되지 못할 것도 없는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문제지 뭐라도 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은 조용히 '나 혼자 사장'을 다시 하느라 조금 분주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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