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조건 평범하지 않은 몰골을 즐긴다
난 하얀 안경테의 안경을 선택했다.
패셔니스타 같아 보이라고...
뚱뚱하고 덩치가 크고
앞머리만 핀으로 띡 고정하고 있는 터프한 헤어스타일에
귀걸이 하나 하고 있지 않은 내 얼굴은
누가 봐도 길바닥에 깔리고 깔린 사람의 형상이다.
기억에 남지 않는, 수려한 외모도 아니라서
있었는지조차 알쏭달쏭한 면상.
그래서 나는 '하얀 안경테' 안경을 쓴다.
너무 평범한 게 싫어서이기도 하다.
물론 요즘 눈이 잘 안 보여서 새로 맞춘 안경이다.
운전할 때 멀리 잘 보려고 맞춘 거라 도수가 약하게 들어있다.
매장의 안경사는 50대 여성분들이 많이들 찾는다며
얌전한 안경테, 갈색테 등 여러 가지를 꺼내 보여주며 권해주었지만
도무지 다 똑같아 보이고
'내가 왜 이런 걸 해야 한다고 이 사람이 생각하지?' 싶은 것들 투성이었다
특히 정성스럽게 안경테를 골라 꺼내면서 '요즘 이런 것들도 많이들 하신다'라고
말하는 그 내용에 내 마음은 거슬리고 반골기질을 발동한다.
'오호 고뤠?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아? 그럼 난 안 해야지'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걸 찾다 보니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안경테들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ㅋㅋㅋ
게다가 나는 새빨간 신발을 신고 다닌다
노르웨이에서 종이로 만든 신발이란다.
신은 것 같지도 않은 가벼워서 착용감은 말로 표현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깃털 같은.
이 빨간 신은 신을 사람 없다며 지인이 나에게 버린 신발이다
발문수가 245까지는 커버한 적 있다고 말하는 나에게 '안 맞으면 누구 줘 버려' 라며
내던지듯 250짜리 신발을 주길래 그냥 얼떨결에 받아 온 신발이었다.
며칠 전 '요즘계절에는 여름신발도 아니고 겨울신발도 아닌 것을 신어야 하는 데' 싶어
신발장을 다시 열어보다가 아직도 신발장 한 귀퉁이에서 깨끗하게 기다리고 있는 빨간 신발을 재발견했다.
" 오~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조금 크지만 가벼우니 양말 신고 신으면 그냥 두꺼운 양말 한 장 더 신은 것 같았다
윗부분은 흰색 안경을 끼고 있고
아랫부분은 새빨간 신발을 신고 있는 몰골의 덩치 큰 50대 여성은
한 번 보면 그리 쉽게 잊히는 모습은 아닐 거다
이 이상착의로는 도둑질을 해도 금방 잡힐 거다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쳤다면 단박에 CCTV판독에서 걸리고도 남는다
도망가다가 뒷모습만 찍혔다고 해도 말도 못 하게 새빨간 내 신발로 인해 빼박이다
쓰레기 무단투기를 해도 빼박이다
놀이터의 어린이를 납치해도 빼박이다
파지 줍는 노인의 리어카가 언덕을 힘겹게 오를 때 밀어주는 선행이 우연히 찍혔다고 해도
하얀색 안경과 새빨간 신발을 신은 모습은 금방 티가 난다
감시카메라가 아니어도 언뜻 보기만 한 사람이어도 쉽게 잊을 수 있는 인상은 아닐 것이다
뭔 짓을 해도 동동 뜨는 패션아이템과 빼박인상착의 ㅋㅋ
요런 거나 즐기고 있는 내 모습이 참 더럽게 심심하고 평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