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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자유 일기

이렇게 늙을 거면서 좀 친절하게 살지

며느리는 남이다

by 빽언니

그냥 위문공연 같은 거였다. 한국에 잠깐 온 내가 아들내미를 데리고 시가에 갔던 건 그런 거였다. 어제의 방문도 내키지는 않았지만, 내 부모도 아니라는 티만 주야장천 내던 남편의 부모가 이제는 너무 노쇠해져가고 있다는 이유로 나는 불편한 마음을 감추고 다녀왔다. 나를 지긋지긋하게 박대했던 시부모 때문에 나도 모르게 트라우마라는 걸 장착하게 되었는데, 나를 구박하던 시부부는 벌써 85세가 되었다. 며느리와 손자가 와서 좋으신지 잡채를 만드는 시어머니. 도마에서 당근을 자르느라 칼을 쥔 손은 힘이 없어서 그런지 바들바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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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늙을 거면서 좀 친절하게 살지'


왜 나한테 그랬었냐고 묻지도 못했고 사과도 못 받았음에도, 그저 그들이 너무 늙었다는 이유로 ,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주위에서 떠미는 사람들 때문에 몇 년째 안 가던 시가에 슬그머니 왕래를 하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같이 저녁을 먹고 얘기도 했다, 두 노인은 주로 자신들의 아들인 내 남편 얘기를 하기 좋아했다.

봉사활동하고 온 것 같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그림일기 방학숙제를 몰아서 해낸 듯.


며느리는 남이다. 아들의 아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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