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들은 듣지도 못하고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천성으로 귀가 안 들리면 소리를 배우지 못해서 자신도 소리를 못 내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들이 수화를 배우는 건, 보통 사람들이 유학을 가지 않고 영어를 배워서 말하는 경지에 이르는 것과 같다고 한다. 또 청각장애인 한글로 글을 쓰고 읽고 이해한다는 건 제2외국어로 독일어나 불어를 더 배워서 할 줄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고 한다. 유학도 안 가고 외국어를 영어로도 불어로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똑똑한 사람들인 셈이다.
지하철에서 수화로 대화를 하는 세명의 젊은이들을 목격했다. 손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는 회화, 무엇이 좋은지 소리 없이 입을 벌리고 함박 웃으니, 웃어주는 친구들의 리액션에 부응이라도 하듯이 한 사람은 손을 더 빨리 움직인다. 엄청난 수다 같아 보이는데 너무나 고요하다. 가끔 손바닥이 살짝 마주치기도 하지만 현란한 손동작과 풍부한 표정으로 활달하고 유쾌한 수다를 떤다. 그들은 서로의 수화를 듣기 위해, 아니 보기 위해 온전히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먼발치서 지켜보다가 그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녀석들 참 시끄럽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니 그 고요에서 소외된 나는 그 소리가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