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가벼운 엉덩이
논문 읽고 요약하는 리포트도 써야 하고, 6월 초 기말고사도 준비해야 한다. 책상에 앉아서 집중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계속 다른 짓거리를 하느라 삼천포로 빠진다.
유튜브도 봐야 하고, 지난주에 안 본 드라마들 중에 좋아하는 2-3개를 다시 보기로 다 봐야 직성이 풀린다. 가만히 공부한다고 책을 펴 놓고도 갑자기 김밥이 먹고 싶어 져서, 부엌으로 가서 있는 재료만으로 김밥을 쌌다. 당근도 채 썰어 볶고 달걀지단도 부치고, 시험이 임박해서 24시간이 모자란 학생이 이런 짓을 하고 있으니 공부에 맥이 끊기고 과제에도 몰입을 못한다.
그러다가 생각해 낸 것이 타이머다. 마침 집에 IKEA에서 산 요리용 타이머가 있었다. 60분을 설정해 눈앞에 두고 시간이 거꾸로 계산되는 걸 보면서 공부를 한다. 60분이 지나면 알람이 울린다. 그러면 그때 일어나서 5분 정도 쉰다. 컴퓨터를 끄고 책을 붙들고 60분을 참고 견디면서 집중을 하고자 노력하니 꽤 진도를 꽤 뺄 수 있었다. 이렇게라도 해야지 늙고 주름지고 산만한 내가 눈도 침침한데 공부한답시고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게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다. 학자 되긴 글렀다는 건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엉덩이와 여기저기 다 참견하는 산만함은 본성이 아닌가 싶다. 아들 녀석의 천방지축 성격은 오롯이 나를 닮은 것 같다.
아들아~이따위 유전자라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