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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언니 Jun 02. 2024

이젠 폰을 꿀꺽하지 않아요

달라진 이 사회가 고맙다 


우리 부부는 내일 한국행이다. 

한 달 정도 중국 아닌 곳에서 살게 된다며 남편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정리하고 와서 , 발마사지를 하러 가자고 했다. 


곧 다시 돌아올 테고, 한국에서는 길어야 한 달이나 있을 텐데, 남편은 한 달 동안 절대 못 먹을 같은 본토의 해산물죽(海鲜砂锅粥)이 생각날 것 같다며 먹으러 가자고 했다. 2-3인분에 한국돈 3만 원 정도 하는 죽이지만 여기서는 죽 치고는 비싼 편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본 적도 없고, 있다 해도 여기 본토만도 못할 게 뻔하니 얼른 먹고 가야겠다는 게 남편의 말이다. 


죽은 맛있게 잘 먹었는데, 길 건너 시원한 쇼핑센터로 가서 소화도 할 겸 걷자고 갔다가 잠시 차를 마시던 곳에서 폰을 잃어버렸다. 2층 마트에서 이것저것 사고 있었는데, 15분 정도 지났을 때 남편은 주머니에 폰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 나는 전화를 걸어봤다. 다행히도 꺼져있지는 않았다. 꿀꺽하려는 애가 집어갔다면 벌써 꺼져있어야 정상이다. 


남편은 화들짝 놀라서 당황한 눈치였다. 심장병과 혈전 탓에 남편은 빨리 뛰지도 걷지도 못하니, 갑자기 뚱뚱한 내가 어디서 그런 속도가 나오는지 놀라울 정도로 물찬제비처럼 날아서 아래층 찻집으로 갔다.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는 다른 이가 앉아 있었지만 물어도 못 봤다 모른다는 대답만을 했다. 

옆자리의 젊은이는 매장의 cctv를 보여달라고 매장 측에 요구하라고 알려줬다.


어? 그래? 난 우선 카운터의 직원에게 저쪽 자리에 앉았다가 아이폰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혹시 봤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직원이 얼른 선반에 보관했었던 폰을 꺼내주는 것이 아닌가? 

와~이럴 수가.... 너무 다행이었다 


남편은 중국에서 폰을 잃어버렸다가 찾았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중국애들도 이제 많이 변했다고 칭찬 같지만 칭찬도 아닌듯한 얘기만을 해대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어로 떠들었으니 망정이지 중국어로 떠들었다는 중국인들이 엄청 화를 냈을 만한 얘기다.


" 어? 여태까지는 꿀꺽하는 애들이 허다했는데? 이제는 찾아주는 애들도 있네?"라는 말이니 ㅋㅋ


찾아준 젊은 직원에게 정말 고마웠다. 

아예 매장 한쪽 보이는 곳에 분실물을 보관하는 선반까지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다. 예전의 중국이라면 손님의 분실한 폰을 주로 쓱싹하는 애들이 서빙하는 직원들이었는데, 지금의 중국은 그렇지 않다. 정말 많이 달라졌다. 화장실 앞에서 줄 서는 건 기본이 되었다.  


어쨌든 다행이다. 

남편은 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인데... 고립될 뻔하다 구출된 느낌이라며 아가처럼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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