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는 말도 아파요

시끄러운 성공학, 으스러지는 청년들

by 빽언니

성공을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당당하고 활기차다. 그들의 강연을 듣고 있으면 논리적으로는 무엇 하나 틀린 말이 없다. "성실해야 한다", "멈추지 마라", "에너지를 내라"는 그 명료한 문장들 앞에서 토를 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강연장의 불이 꺼지고 화면을 닫고 나면,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공허함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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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에너지'가 아무리 거대할지언정, 그것이 결코 나의 구체적인 '삶의 실체'를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스피치를 연마해 전달하는 화려한 기교는 있을지 모르나, 그 안에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 주는 투박한 깊이가 결여되어 있다. 도리어 그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와 쉼 없는 성실함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기보다, 숨 가쁜 오늘을 겨우 버텨내는 이들을 밀어붙이는 보이지 않는 '압박'이 되기도 한다.


문득 유튜브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그냥 쉼 청년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방 안으로 숨어버린 그들이 기운을 내지 못하는 이유를 단순히 '나약함'이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들의 고립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더 이상 무너질 곳이 없어 자신을 가두어버린 필사적인 방어 기제에 가깝다.


그 청년들은 마치 손만 대면 으스러질 것 같은 연두부를 닮았다. 이미 세상에 충분히 데인 그들에게는 강력한 푸쉬는 물론이고, 타인이 슬쩍 던지는 조언조차 가슴을 후벼파는 폭력으로 다가온다. "이게 옳다"거나 "저렇게 배우라"며 누군가 정답을 주장해댄다고 해서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시절이 바뀌었다"는 말이 예전에는 세대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늙은이들의 푸념으로만 들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지금의 청년들이 겪는 상처는 우리가 겪었던 것과는 결이 다르며, 그 연약함을 헤아리는 일은 더욱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어쩌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성공의 비결이 아니라, 나지막이 내뱉는 숨소리조차 소음으로 느껴질 만큼 지친 이들을 위해 함께 침묵해 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성공 강연이 너무 시끄럽게만 들리는 이 세상에서, 으스러지기 쉬운 존재들을 조심스레 들여다보는 그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진짜 '삶의 깊이'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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