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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힘 Mar 16. 2023

담배 끊은 지가 6년이 넘었습니다.

변화에는 큰 이유가 필요 없습니다.

문득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6년 전의 어느 날이 생각납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수업하고 업무 처리하다 부랴부랴 교무 회의에 참여해서 구석 자리에 앉았을 때였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마이크를 잡으시더니 요즘 학부모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선생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리니 수업 들어가기 전 담배를 태우는 일을 지양해 달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저를 향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뒷덜미가 오싹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 이 사람들은 오직 나를 담배 많이 피우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하는구나.’


제 두 번째 학교였기 때문에 나름 열심히 일한 학교였습니다. 2년 차에 담임이 되자마자 학년부 기획이 되었으니 어느 정도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렇지만 그건 제 착각이었나 봅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수업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교원 평가에 매번 올라오는 학생들의 말도 애써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회의 분위기만큼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바로 금연치료병원으로 가 금연약을 처방받았습니다. 한 달 정도 꾸준히 먹으니 금단 증상도 심하지 않았고 그럭저럭 견딜만했습니다. 이만하면 참을 만하겠다 싶어 주변에 공표했습니다. 담배를 끊었다고.


담배를 끊기 전에는 끊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자신을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막상 끊어보니 이제는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 더 어색합니다. 사람이 변하는 데엔 큰 이유가 필요하진 않더군요.


교사 시절엔 이렇게 프리랜서로 일하는 나를 생각하지 못했고,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운동을 즐기는 나 자신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한 번 해 볼까?’하는 그 생각이 변화의 시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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