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서한다.

방탕하고 나태했던 20대의 나를.

금주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1주일이 지났다. 생각보다는 견딜만한 것 같아서 다행이다. 예전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잘 오지 않아 새벽까지 버티다가 결국 다시 술을 마시고 곯아떨어지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11시만 되면 졸려서 버티기가 힘들다. 술이 건강한 수면을 방해한다던데, 확실히 그런 것 같다.

술을 마시기 시작했던 건 대학교 때부터였다. 선배들과 한두 잔씩 마시던 술은 금방금방 늘어서 거의 날마다 술을 마셨다.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할 때까지 마실 때도 있었고, 집에서 맥주 몇 병 사다가 마시는 날도 많았다.

대학교에 갔으면 공부를 해야 당연한 일일 텐데, 난 막상 내가 꿈꾸던 대학을 가서 공부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고등학교 때 국어 공부하는 걸 그렇게 좋아했던 건, 그땐 할 수 있는 일이 공부밖에 없어서였던 것 같다. 막상 대학교에 와 보니 전공 공부는 나에게 아무런 흥미를 주지 못했으며, 공부 외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모두가 다 재미있었다. 나는 대학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즐길 거리를 찾아다녔다. 동아리 활동이나 학생회 활동에 열정을 쏟았으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새로운 취미를 찾아 돌아다녔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나서도 말로는 시험공부를 한다 했지만, 공부 말고 다른 일에 열중하는 생활은 계속되었다. 학원가를 기웃거리며 강사 생활로 적은 월급을 받고, 그 돈으로 술을 마시거나 게임에 소비하며 살았다. 나 스스로도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계속했었지만 스스로 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당시로서는 너무 힘겨웠으며 습관적으로, 관성적으로 어제 했던 생활을 계속 반복할 뿐이었다. 

다행히도 한 학교의 1년짜리 기간제 교사로 들어가게 되면서, 비로소 나는 내가 꿈꿔왔던 교사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나태하게 살았던 삶을 반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매일같이 수업 준비를 하고 남보다 더 많은 일을 하려 노력했다. 운이 좋아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1년 만에 학교를 나오게 되는 경우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나의 능력 부족을 탓했으며 다음 학교에서는 더 많은 일을 맡아하는 것으로 나 자신을 증명하려 노력했다.

결국 그 모든 노력과 열정들은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기 때문에 있었던 것들이었다. 남들이 노력하고 공부하던 시절에 난 공부와 노력을 멀리했으며 그랬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노력하고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던 것이었다. 유능한 교사가 되는 것만이 과거의 나태했던 삶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시험에서 벗어난 지금에 와서야 나는 나의 과거를 바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떳떳하게 말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그 모든 일들이 지금의 나 자신을 만들었던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와서야 나는 나의 과거를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보다 미숙하고 많이 어렸지만, 생각할 때마다 오글거리고 부끄럽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그 시절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과거의 나 자신을. 자랑스럽지 않지만, 어디 가서 당당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그게 나였다고 긍정할 수는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