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행복해지지는 않았다.
5월은 세금의 달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했듯이, 종합소득세 통지서는 카톡을 타고 5월이 되기 전에 날아왔다. 통지서에는 내가 벌었다고는 상상하기 힘든 큰 금액이 적혀 있었다. 뗄 거 다 떼고 절반이나 남나 싶은데 세금은 떼기 전의 금액으로 부과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교사 시절이던 때의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금액을 벌었다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더 행복해진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일이 달라진 것 빼고는 내 개인적인 삶은 큰 변화가 없다. 똑같은 집에서, 똑같은 서재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으니까. 아내가 일찍 잔다기에 얼씨구나 하고 김치냉장고에 숨겨둔 맥주를 꺼내 최대한 조용히 마시며 행복을 느끼는 것도 똑같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돈을 더 많이 벌었다고 더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입장에서는 많이 번 것이지만 그건 기간제교사 시절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소득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번 돈에 2배, 3배를 번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많은 돈을 벌어도, 당장 사고 싶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급한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서 돈을 쓰며 행복을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 사실 사고 싶은 게 있어서 그걸 산다고 해도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산 물건을 보며 잠시 행복할 수는 있어도, 곧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몰려올 것이기에. 마치 오늘 하루를 끝내고 마시는 이 맥주처럼. 잠깐은 행복해도 내일 오전에 찾아올 숙취는 또 나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혼자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홀로 일하는 외로움에 지배당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존중받고 싶다는 감정을 느낄 때가 있다. 어려운 문제를 아무리 멋있게 풀었어도 누군가에게 풀이 과정을 설명해 주고 인정받을 수 없다면 잠깐의 기쁨 뒤에 큰 허무가 몰려오는 것이다. 물론 지금 하는 일도 간혹 리뷰를 통해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 세상에서의 인정이란 아무래도 현실에서의 인정에 비해 만족감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삶은 과제의 연속이라, 또 풀어야 할 과제가 눈앞에 가득함을 느낀다. 이대로는 이 생활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나 자신을 확실하게 행복하게 할 수 있을 일을 또 찾아야 한다. 오래오래 일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