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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수의힘 Jul 28. 2024

세금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세무사를 바꿔야겠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번호로 전화가 왔다.


세무서의 전화였고, 결론적으로 종합소득세의 신고 내역이 잘못되었으니 대략 400만 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납부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처음 사업자를 낼 때,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722000)으로 냈었는데, 첫 해 종합소득세가 전자상거래업(525101)으로 되어 있길래 내가 이용하던 세무사에게 문의해 봤더니 아무 상관없다고 하기에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던 일이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었다.


세무사에게 연락해 봤더니 바로 자기한테 전화를 넘겼으면 되는데, 세무서의 질문에 내가 꼬박꼬박 답변을 해 버려서 해당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금을 더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일단 자기가 전화해서 세금을 최대한 줄여본다고 하기에 일단 그러라고 했다.


다시 연락이 와서 자신이 세무서와 최대한 협상해서 세금을 200 정도로 줄였다기에 일단 알았다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적었기에 세무사를 최대한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400에서 200이면 절반 정도로 세금이 줄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납득했던 것도 있었다. 이래서 세무사가 필요하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며칠 뒤에 세무서에서 날아온 과세통지서를 보니 추가 납부해야 할 세액은 400 가까이 나왔고 가산세만 60만 원 넘게 나왔다. 세무사에게 과소신고 가산세와 납부지연가산세도 내가 내야 하냐고 물어봤더니 이번에 추가로 납부해야 할 세금은 자기가 협상한 내용이 반영이 안 된 것이고, 자기가 협상한 내용이 반영되면 다시 200만 원 정도로 조정해서 다시 통지서가 날아올 거라고 했다. 그리고 가산세 부분은 본인이 실수한 부분이 맞고 자신이 내줘야 하는 것은 맞으나 세무서와 협상하여 세액을 200 가까이 절약했으니 그걸로 퉁치면 안 되냐고 했다.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이번 건은 내가 분명히 세금 내기 전에 종목코드가 다른 것 같은데 상관없냐고 물어봤던 부분이었다. 그때는 분명히 아무 상관없다고 하더니 왜 세무서의 질문을 곧이곧대로 대답해 버렸냐는 둥 내 잘못으로 넘기려는 태도가 너무 적나라하게 보였다. 더 전화했다가는 화를 낼 것 같아서 더 생각해 보고 다시 전화하겠다고 말했다. 세무사에 대한 신뢰가 깨진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냈던 종합소득세 관련 자료들을 다시 공부했다. 결론적으로 첫 해에는 창업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액감면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고, 두 번째 해에는 창업중소기업세액감면이 들어가 있으나 50%만 적용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은 내가 나이가 많아서 청년창업 세액감면을 못 받겠거니라고 생각했던 것이 100%만 아닐 뿐 수도권과밀억제권역이 아니기에 50%는 무조건 받을 수 있다는 것과, 내 종목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이기 때문에 신성장 서비스업에 해당하므로 추가로 25%를 더 감면받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최저한세가 35%니까 결론적으로는 첫해 종합소득세 세액감면은 0%에서 65%를 넣을 수 있고, 두 번째 해에는 50%에서 65%로 15% 감면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공부한 사실을 바탕으로 다시 세무사에게 연락을 해봤더니 신성장 서비스업에 포함된다는 점을 인정받으면 더 세액감면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세무서에 직접 연락해 봤더니 신성장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사실을 별도로 서류제출을 하거나 할 필요는 없고 해당 항목에 체크해서 다시 경정청구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론적으로는 꽤 많은 금액을 환급받게 되었다.


세무사 때문에 큰 금액을 추가 납부할 뻔했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한 사과나 유감은 듣지 못했다. 결국은 내가 다 스스로 알아봐야 했고 세무서와 직접 통화해야 했다. 세무사가 한 일이라고는 결국 50%에서 65%로 다시 경정청구 해준 것뿐이다. 세금에 대한 공부가 하기 싫어 세무사에게 일임했지만 결국은 다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다니던 학교 선생님의 결혼식에서 행정실 선생님을 만나 학교를 나와 내 개인사업을 하니 이제야 학교 행정실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았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평소 과묵하던 그 선생님은 크게 반색하시면서 학교에 있는 다른 선생들도 제발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선의에 의해 서로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던 조직에서 일할 때와 나 혼자 일하는 지금이 이렇게 많은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 


내가 내야 할 세금은, 결국은 내가 알아야 한다. 계산을 남에게 일임할 수는 있어도, 최소한 내가 왜 그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지는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세무사를 찾아야겠다. 사범대 출신이라 주변 친구들은 아는 세무사가 없다. 학교 행정실이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까. 내가 뭔가를 잘못 신고하면 행정실로 불러서 이거 이거 수정해 오라고 말씀해 주시던 행정실 선생님들이 그립다. 어디 그런 세무사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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