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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섭 Feb 02. 2022

'투자의 모험',
스티븐 슈워츠먼

위대한 투자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경영이나 투자에 대해서는 이론적인 책도 좋지만, 나는 위대한 경영자가 자신의 인생을 직접 이야기한 책에 더 끌린다. 이론, 원칙 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참고가 되지만, 아무래도 인생의 스토리가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사람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 볼 수도 있고 말이다.


이 책은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그룹 블랙스톤의 창업자이자 CEO인 스티븐 슈워츠먼이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 월스트리트의 사회 초년생, MBA, 그리고 블랙스톤을 창업하고, 블랙스톤을 지금의 반열에 올려놓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밥 아이거의 '디즈니만이 하는 것'이었고, 이런 책이 또 없을까 해서, 얼마전에 페북에서 추천 받았던 책이었다.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코로나로 집콕하면서) 틈틈이 읽어서 열흘만에 다 읽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디즈니만이 하는 것에 비해서 재미는 좀 덜했지만, 그래도 정말 좋았다. 밥 아이거는 개별 사건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간다면, 이 책은 보다 넓은 범위를 다룬다. 또 하나의 차이점이라면 밥 아이거는 전문경영인이었지만, 슈워츠만은 본인 스스로가 투자회사를 일궈낸 창업가라는 점이다. 이 측면에서 공감가는 바가 많았다.


누구나 위대한 인생을 살고 싶어한다.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고, 좋은 평판과 함께, 막대한 부도 쌓고, 정치적인 영향력도 갖고 싶어 한다. 특히 기업가라면 자신이 창업한 기업이 더 성장하고, 더 좋은 성과와 기업문화를 가지고, 영속하게 되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슈워드 슈워츠먼은 (적어도 자신이 책에서 서술한 바에 따르면) 그러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예일대학교 시절에도 온갖 새로운 시도를 했던 독특한 학생이었고, 월스트리트에서는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모두 경험하면서도 자신의 원칙과 평판을 지키면서, 무에서 블랙스톤 그룹을 만들어냈다. 정치적으로는 각국 정상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이뤄놓은 부를 기반으로 칭화대, MIT 등에 엄청난 기부를 하면서 다음 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도 한다.


어찌보면 이렇게 완벽한 인생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그 역시 인간이고, 고뇌와 고민, 여러 실수를 안고 살아간다. 이런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러한 과정에서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처했으며, 그 결과는 어떻게 드러났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성공한 사람들의 인생을 보면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도 위대한 인생을 꿈꿨고, 뭔가 거대한 것을 만들어내고 싶었지만, 갈수록 스스로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런 책도 찾아보고 있는 것이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나이는 먹어가는데 별로 해놓은 것이 없어서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더 크게 생각하고 더 과감히 움직이고 싶지만, 타고난 그릇이 그렇지 않다보니 쉽지가 않다. 이렇게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스케일로 크게 이룬 분의 인생을 보면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좀 보완해보고 싶었다. 본디 상상할 수 있어야 그걸 이룰 수도 있는 법이다.


한 가지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슈워츠먼이 블랙스톤을 공동창업했던 나이가 38살이다. 한국 나이로 하면 지금 나와 비슷한 시기다. 즉, 블랙스톤이 이뤄냈던 그 위대한 성과들은 슈워츠먼이 40대 이후에 이뤄낸 것들이 많다. 그렇게 보면 내게도 아직 남아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2020. 12. 30에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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