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초기 스타트업에게 강제로 읽히고 싶은 책
주변의 모든 초기/예비 창업자들에게 강제로 읽히고 싶은 책이다. 창업 아이디어의 시장 니즈의 존재 여부와 소위 PMF을 어떻게 검증하는지에 대한 쉽고 간단하지만 체계적인 방법론을 다루고 있다. 사례와 실제 예시도 매우 풍부하다.
번역본 제목만 봐서는 이런 내용이 잘 표현되지 않는데, 원제는 The Right It 으로 본문에는 ‘될 놈’이라고 되어 있다. 즉, 시장에서 먹힐 놈과 안 먹힐 놈을 적은 시간과 비용으로 미리 검증하는 것에 대한 방법론이다. 사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대부분 간과하는 프로세스를 좀 더 체계화했달까.
극초기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를 받아보면 가장 큰 실수 중의 하나가 시장이 없는, 즉 필요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것들을 머릿속에서만 생각해서 나온 아이템이라고 생각 랜드(thought land)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예쁜 쓰레기'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경우, 우리 투자 검토 프로세스를 타지도 못하고 가장 먼저 스크리닝 된다.
그런데 '시장이 없다',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우리가 내부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결국 일부 소수 전문가의 의견에 불과하다.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이런 전문가 의견은 상당히 자주 틀린다.) 나도 소위 전문가랍시고 의견을 내고 있지만, 확신이 없을 때가 많고, '이거 해보기 전에 어떻게 알아?' 하는 경우들이 꽤 많다.
결국 시장의 니즈와 PMF를 찾기 위해서는 가설과 실험, 데이터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 조사는 실험을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서 FGI 등의 전통적인 방식에 기반하여 (비효율적으로, 비효과적으로) 할 수도 있지만, 더 스마트한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프로토타입이 아닌, ‘프리토타입’을 만들어서 실험하고 의사결정하는 여러 기법들을 알려준다. 대표적으로, 인공지능이나 자동화된 제품이 모두 개발된 '척'을 하면서 (실제로는 내부적으로는 수작업으로 돌아가는데도) 이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사람들이 돈을 낼 것인지를 미리 살펴본다던가 등등.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데이터와 실험의 중요성을 아는 팀은 사실 극히 드물다. 경험적으로 이런 창업자를 아직까지 거의 만나보지 못했다. 극초기 팀이어서 아직 실험 전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런 사고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며 실행에 옮기고, 의사결정의 기반으로 삼는 창업자는 정말로 드물다. 극초기뿐만 아니라 상당히 많이 진행된 스타트업의 창업자 중에서도.
안타깝게도 이런 사고의 중요성을 창업자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 리소스가 아무리 많아도 (주변에서 아무리 설득해도) 이런 실험이나 데이터 측정에 돈과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 이런 사고방식이 타고나는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에 (극초기 팀은 참고할 것이 너무 적기 때문에) 창업자의 사고방식이 적어도 이런 실험과 데이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지 혹은 그런 기미가 보이는지를 포착하려고 노력한다. 정성적 사고보다는 정량적으로 사고하는가,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가, 뇌피셜보다 데이터를 중시하는가, 가설-실험-학습의 사이클이 돌아가는가. 등등.
소위 린스타트업 기법이나, 그로스 해킹도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데, 이런 기법은 적어도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른.. 적어도 PMF를 찾은 팀이 할 수 있는 기법이다. 그러면 그 단계에 이르기 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시장의 니즈가 있는지 검증하고, PMF을 찾았는지는 어떻게 체계적으로 검증해야 하는가. 그것이 의문이었다.
사실 나도 스타트업을 평가할 때 본능적으로 '이 아이디어를 안 해보고 어떻게 미리 알 수 있지?', '전문가랍시고 우리가 하는 예상이 실제 현실과 다르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도, '그러면 어떻게 이를 체계적으로 테스트해볼 수 있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막연했다.
이 책이 그런 의문에 대한 좋은 답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아직 아이디어 단계에 있는 창업팀이 자기 아이디어가 the right it 인지 the wrong it 인지를 검증하기 위해서. 적절한 실행이 뒷받침되면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아니면 적절한 실행, 많은 자원 투입 등 어떻게 해도 결국 안 될 놈인 것인지.
이런 실험에 의해서 초기 아이디어에 대한 시장의 니즈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가져오는 팀이 있다면 정말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 팀을 꼭 만나보고 싶다.
(2020년에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