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그러니 계속 ‘화’만 날 수밖에.

by 필명 미정

감정 :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 (출처:표준국어대사전)


감정을 검색하면 위와 같은 뜻이 나온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7가지의 감정을 기쁨, 노여움, 근심, 두려움, 사랑, 미움, 욕망으로 나누어 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감정” 역시 이 정도이다. 그런데 감정의 종류를 찾아보면 ‘아 이런 단어도 감정이구나.’ 싶은 것들이 수도 없이 나온다. 우리는 감정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나는 사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다 감정이라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한 계기가 생겼다.


나는 찬란한 20대를 보냈다. 이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찬란했던 날들도 잠시, 사랑만 주기에도 모자란 아이에게, 서로 아껴주고 위해주기만 해도 부족한 남편에게 점점 분노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뭔가 잘 못 되어 감을 느끼며, 내 인생 처음으로 심리상담소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화’라는 감정이 굉장히 많았다. 심리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화의 정도가 아주 높다고 했다. 그렇게 6개월 이상의 심리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상담 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상담들이 이루어졌다. 여러 상담 방법 중 하나로, 감정카드를 보고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있었다. 나는 그제야 세상에 감정이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얼마나 감정에 대해 무심했는지를 깨닫고 다양한 감정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들을 가졌다. 다행히 심리 상담 이후, 많이 회복되었고, 마지막 검사 결과에서는 ‘화’의 수치가 많이 좋아졌다는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사실 심리 상담을 받았던 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흘러, 상담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다. 하지만 감정카드를 활용해 다양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던 경험이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면, 감정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는 아마 그때부터 달라졌던 것 같다.


감정카드를 만난 이후 나는 감정을 배우기 위해 책 「42가지 마음의 색깔」을 구입하였다. 나에게 가득했던 ‘화’라는 감정 외에는 어떤 감정들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또, 집에 구비해 두고 꾸준히 챙겨 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심리상담과 책을 병행하다 보니, 내 마음속에 가득한 감정이 ‘화’만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를 알게 되었다.


내게 ‘화’로 가려져 있었던 감정들은 사실, 부끄러움, 서운함, 외로움 등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화'는 내 안의 열등감, 충족되지 못한 감정들로 나타났던 겉모습일 뿐이었다. 깊이 자리한 내면의 감정이 단지 ‘화’로 표현된 것이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감정은 ‘화’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계속 ‘화’만 날 수밖에.


이렇게 다른 감정에 대해 인지하다 보니, 서서히 ‘화’가 아닌 다른 감정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를 깨닫고 난 이후로 나는 나의 감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기쁨’의 감정도 마찬가지 었다. 나에게 있어서 ‘기쁨’은 신나고, 흥분되고, 짜릿한 것들이었는데, 그것 만이 기쁨의 감정이 아니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졌던 편안함, 느긋함, 안정 등도 ‘기쁨’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사실은 아직 잘 모른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감히 내가 감정에 대해 어떻게 알겠는가? 그렇다면 내가 “감정”에 대한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찾고 있다가, 자꾸만 거창해지는 이유에 대해 나는 조금 더 가벼운 이유를 대기로 했다.


나는 그저 내 감정을 더 자세히 알고 싶고, 내 감정에 더욱 솔직해지고 싶다. 나를 마주하고, 바로 볼 때면 내가 얼마나 초라 해지고, 작아지고, 부끄러워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써내려 가보려고 한다. 나는 지금부터 내 안의 “감정”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거창한 이유 따위는 없어.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