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단다.

by 필명 미정

브런치 작가에 도전했다. 작가 소개도 쓰고, 앞으로 어떤 글을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과 포부도 야무지게 적어 제출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글도 하나 작성해 저장해 두었다.


얼마 전 책 [타이탄의 도구들]을 보고 글쓰기에 꽂혔기 때문이다. 타이탄들은 부자가 되기 위한 도구로 “글쓰기"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글을 쓰기로 다짐했고, 그렇게 글을 며칠 쓰다 보니 그냥 혼자만 쓰는 것이 아까워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식이 없다. 보통 5일 이내로 작가 선정 여부에 대한 알림이 온다고 하던데, 아무 소식이 없다. 아무래도 탈락했나 보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주말이 되자, 다시 궁금해졌다. 아무리 그래도 탈락 소식이라도 올 텐데. 확인해보지 않은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메일이 생각이 났다.


수많은 스팸 메일 속에 브런치 작가 선정이 되었다는 메일이 와 있었다. 세상에. 됐구나. 그런데 어쩌지. 열정이 식어버렸다. 분명, 브런치 작가에 도전할 때에 나는 쓰고 싶은 글들이 있었고, 브런치에 올릴 글들에 대한 계획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릿속이 새 하얗다. 첫 시작에 열정을 너무 쏟아부었나. 탈락했다는 생각이 나를 좌절시켰나. 도무지 글을 쓸 힘이 나질 않는다.


감정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당차게 시작하였으나, 어떤 감정부터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모르겠다. 왜 갑자기 감정 에세이를 쓴다고 했을까? 나는 감정이 풍부한 사람도 아니고, 내 감정조차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무슨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내가 어떻게 글을 써. 글을 쓰는 게 무섭다.


무섭다? 그래. 이 감정은 두려움이다. 브런치 작가가 되겠다고, 글을 연재하겠다고 거창하게 시작하였으나, 지금은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 감정은 두려움이 맞을까?


책 [42가지 마음의 색깔]에 따르면 두려움이란 무언가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려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두려운 마음을 느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좀 더 잘 보려고 눈이 둥그레진단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도 하지.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을 이해하고, 도망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야.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단다."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모르는 걸까? 왜 이 글을 쓰는 게 이토록 무서운 걸까? 내가 글 쓰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두려운 이유는 내가 너무 부족한 사람임을 알고 있어서이다. 단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나은 글쓰기 실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렇게 부족한 나를 글로 포장해 내는 것이 맞을까? 나는 글을 쓸 만큼 위대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글 쓰는 것을 자꾸 주저하게 만든다.


글은 훌륭하고, 본받을 만한, 배울 점이 있는 사람만이 써야 한다. 글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알기에.


나는 오늘도 남편이랑 싸움을 하고, 내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대고, 부모님께 살갑게 대하지 못하고, 직정에서는 실수투성이일 뿐인데. 이런 내가 글을 쓴다니. 글을 쓸 때마다 '이 것 보세요. 저 이만큼 좋은 사람이에요.'하고 포장하는 기분이 든다. 뭐 하나 이룬 것 없는 하자 많은 사람일 뿐인데, 내 글이 이 세상에 효용성이 있을까 싶다.



두렵다

1.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2. 마음에 꺼리거나 염려스럽다.

(출처 : 표준국어대사)



두려움에 대해 찾아보니, '어떤 대상을 무서워하여 마음이 불안하다. 마음에 꺼리거나 염려스럽다.'의 뜻이 나온다. 아마 내 마음의 두려움은 두 번째 뜻이 아닐까 싶다. 내 스스로 너무 부족한 게 많다고 느끼는 것이 나의 두려움이다. 내 스스로가 너무 부족한 사람인 것이 마음에 꺼려지고 염려스러운 것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나의 부족함과 자꾸 마주하게 된다.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글을 쓰는 것이 너무 두렵다. 글 마무리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어찌어찌 마무리한다고 해도. 발행 버튼을 누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두려움을 깨고 글을 쓰고 있다. 나의 부족함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이 너무나도 두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글을 써나간다.


나는 때때로 이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글 발행 기간이 무한정으로 늘어날 것이다. 때로는 자신감에 차올라 빠르기도 하겠지. 그렇게 나의 속도를 찾아가며, 나의 두려움과 마주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두려움도 이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 지금 쓰는 이 글도, 나의 부족함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


부족한 나와 그리고 나의 글에게 이 노래를 선물하며 글을 마무리하겠다.



가시나무 / 조성모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매마른 가지

서로 부댓기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픔 노래들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바람만 불면 그 매마른 가지

서로 부댓기며 울어대고

쉴곳을 찾아 지쳐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픔 노래들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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