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트라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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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독 한기가 더 느껴지며
조금만 방심해도 수도가 어는 그런 겨울이다.
이는 현실에서도 적용되는 부분이며,
찰나의 순간 달라지는 상황과
조금은 덮였던 일들이 위로 올라온다.
그렇지만 조금 숨 돌릴 틈은 있었고
조금은 알게 된 것은 어떤 걸 할 때 편안한 지,
지금 나를 이롭게 하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알았고
그렇게 시간이 되면 움직이게 되었다.
케이크를 좋아한다. 이건 되게 의외였다.
나는 단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군것질을 안 하는 편이며 편의점이나 마트를 가면
순수하게 식재료와 간단한 술을 사고 물을 고른다.
여기서 물은 식수기도 하지만, 추출 수를 고르느라
은연중 물을 고를 때 시간을 더 보내고 있다.
케이크가 좋은 건 외관부터 예쁘지만
단면에 레이어가 시선을 잡는다.
그리고 순수하게 잘리면서 예상 가능한 맛이
소소한 행복을 주는 것 같았다.
하나의 색채지만 여러 가지가 담긴 커피를 마시며
그걸 느끼고 연상하며 그 안에 해석을 했지만,
케이크는 내게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 같았다.
제일 좋아하는 것은 딸기 케이크,
지금 계절 하고도 잘 맞는 구성이고 부담이 없다.
그리고 시트와 크림에서 아주 기본적인 크림에
딸기의 향과 맛이 그대로 느껴지며 조화를 느끼고
살짝 달다고 느낄 때 들어가는 커피는 좋다.
이렇게 조금씩 모노톤과 브라운 톤에 세상에서
선명도가 높은 색채를 알게 되었고 즐거웠다.
단 것은 여전히 잘 먹지는 못하지만,
쓴 맛의 역치가 내려갔는지 쓴 것도 못 먹는다.
이제는 전환점에 들어섰고, 새로운 것들이 보이며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게 되는 요즘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저마다에게 안식처는 있다.
공간, 사람, 음식등 감각이 닿는 일에서 편안함,
소위 그런 걸 은연중 ‘아지트‘라고 하는 것처럼
내게 카페는 분석과 커피를 보던 곳이었고
일과 연관된 공간으로 사실상 편했던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케이크가 좋아서 찾아가게 되었고
혼자 앉아서 책을 보며, 작업을 하면서도 내 자리엔
커피만 있지 않고 케이크도 같이 놓이게 되었다.
‘의외의 모습이에요, 케이크를 좋아하시는 게.’
‘의외의 모습‘이라는 말을 들으니 새삼 신기했었다.
이 부분은 나를 조금 더 편해지게 했던 말이었으며
살아가는데 ‘책임감’과 ‘무게‘를 덜 수 있었다.
위치나 일에만 매몰되지 않고 삶의 균형을 맞춘 것,
그리고 그게 은연중 보였다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이전에 없던 나의 모습이 생겨난 일이라고 느낀다.
나의 안식처는 사실 ‘공간’이 아니고 ‘사람‘이다.
최근 느낀 건 언제든 편하게 연락을 할 수 있는 분들,
안부를 묻지만 우선은 나를 ‘걱정‘하는 걸 느끼며
나의 아지트가 다시금 생겨난 걸 알 수 있었다.
조금은 더 추운 겨울, 그만큼 사실 움츠러들고
몸도 마음도 위축되는 부분도 누구나 있을 것이다.
다만 스스로의 온도를 높이다 보면 손을 건네고,
핫팩을 쥐여주기도 하고 얼마든 온기를 줄 수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겨울, 그런 계절인 것 같다.
어릴 때도 그랬지만 아지트를 만드려고 할 때
사실 그 위치부터 구성을 내가 정하고 꾸몄다.
그리고 누구를 초대할 지도 정했던 거 같은데,
이번 겨울이 주는 감상은 더 그런 일이 많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며 보이는 시선이 변했다.
사실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도 그런 일이지 않을까?
기준을 둬서 만드는 관계가 아니라,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주고 싶은 관계.
아지트는 이렇게 만드는 것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