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억, 좋은 추억, 좋은 사람
며칠 전 집을 정리하다, 먼지가 뽀얀 상자 안에서 오래된 CD 플레이어를 하나 발견하였습니다.
고등학교 자습 시간마다 친구들의 이어폰 한쪽을 빌려 쓰곤 하였는데요.
언제부터인가 친구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지치더라고요.
그래서 없는 형편에 오랜 시간 부모님을 설득하였던 것 같습니다.
결국 성적을 올리겠다는 담보로 가질 수 있었죠.
저에게는 무척이나 간절함 뒤에 찾아온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부모님께서도 이 친구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에게는 자식이 원하는 것을 선뜻해주지 못한 미안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습니다.
하나의 사물 안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죠.
몇 번의 이별에 위기도 있었습니다.
이사를 갈 때나, 대청소를 할 때면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제는 버려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CD 플레이어가 들려주는 지난 이야기들이 매번 저의 발목을 잡았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가끔 오래된 CD 플레이어로 노래를 듣곤 합니다.
음질은 요즘 기기들에 비하면 형편없지만 조금 모자란 모습이 더 매력적이거든요.
항상 새로운 것보다 낡았지만 익숙한 친구를 곁에 두는 것도 삶에 작은 활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추억의 물건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따뜻한 봄날, 코로나로 집에만 있어야 되는 아쉬운 주말에 대청소를 하며 찾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벚꽃은 보지 못하지만 오래전 벚꽃의 기억이 떠오를지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