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94일차] 세가지 이야기

간과, DBS 그리고 순대국

by 김연필

#1

어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다.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했다. 어제의 그 마음이 가장 쓰고 싶음에 가까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다. 쓰지 않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어제의 그 마음으로 썼을때 진심이 더 깊이 담길것 같을 뿐이다.


#2

어제 행사 하나를 무사히 마쳤다. 비정상회담과 톡투유가 결합된 듯한 그런 내용의 토크콘서트였다. 그 콘서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내 대학시절 추억의 2/3이상이 담겨있는 DBS에 관한 이야기이자, 친구, 선후배와 같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학창시절, 학교방송국 활동을 하던 우리는 TV/FM라디오 방송을 직접 제작했었다. 그런 작업을 하면서 우리끼리 이런 이야기를 종종 하곤 했었다. 나중에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우리끼리 다시 만나서 같이 일하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사회에 나와 나는 친구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근무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작게나마 그때 꿈꾸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 셈이었다. 일이 조금씩 많아지고 커지면서 함께 행사를 진행할 능력자들이 필요했다. 그렇게 후배들이 한명, 두명 우리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직원이 된건 아니다.

이번 행사는 우리가 홍보를 제외한 모든 것을 맡아서 진행했다. 그렇게해서 이번에 대표인 친구가 그때의 그 꿈을 더욱 확장시켰다.

2기선배부터, 3기 동기들과 영상필드에서 일하고 있는 후배들 그리고 심지어 현재 학교에서 공부중인 20기 후배들까지 이번 행사를 함께했다.

다같이 모여 인사를 나누고 소개를 할 시간까지는 허락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쁘고 보람있었다. 그리고 십수년 만에 맞춰보는 합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그때 그대로 인듯한 동기들과의 합도 좋았고, 카메라 분야에서는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후배들과의 캐미도 너무 좋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바쁜 나머지 20기 후배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얘들아 미안.

아직은 완벽한 하모니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언젠가 꼭 DBS멤버들로만 구성된 멋진 프로젝트 팀을 한번은 운영해보고 싶다.


#3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고 걷다가 왠지 모르게 묘한 느낌을 주는 간판에 이끌려 순대국집에 들어섰다. 테이블은 총 4개. 2개 테이블엔 2명씩 손님이 앉아 있었다. 그런데 인테리어가 뭔가 순대국집이 아닌 느낌이다. 왜, 그런 술집이 있다. 조금 매력적인 이모가 혼자 운영하는 호프집. 소주랑 맥주에 간단한 안주를 파는 그런 집. 이모랑 노가리 까려고 삼촌들이 찾아오는집. 바람인지, 불륜인지 아니면 그저 외로운 사람들인데 단지 나이가 들었을뿐인 그런 형님,누님들이 찾아오는 집. 그런 술집과 같은 느낌의 인테리어였다. 카페식 4인 테이블에 쇼파가 5세트 있고 주방은 약간 바처럼 되어 있었다. 순간 잘못들어왔나 싶었는데, 메뉴판에 확실하게 적혔는 순대국, 머리고기, 술국을 확인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아마도 전에는 그런 가게였을것 같았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가게 전체에서 올드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여기 엄청 맛있거나, 아니거나 둘 중에 하나겠구나'


순대국을 기다리는 내 마음은 그렇게 두근두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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