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쓰는 편지

작심5일차

by 김연필

엄마에게


그러고보니, 편지는 처음 쓰는 것 같아. 그렇게 보고 싶어하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어했으면서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네.

무심한 아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거라는거 알지만.. 그래도 좀 미안하다.


알고 있겠지. 아마 알고 있겠지만 아들은 어느새 37살이 되었어. 엄마랑 헤어진게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였으니깐.. 어느새 내가 엄마보다 어른이 되었어. 엄마가 세상과 만나던 그 시간보다 내가 더 오래 세상을 만나고 있어. 그런데.. 좀 웃긴거 같아. 그래도 여전히 엄마가 더 어른이고, 난 여전히 철이 없는 천덕꾸러기 같으니 말이야. 게다가 엄마랑 함께한 시간의 몇곱절을 나혼자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은.. 초현실같기도 해. 지금 이 이야기를 분명하게 들을수 있다면 나보다 엄마가 나한테 궁금한게 훨씬 더 많을거 같아. 이 생 다음에 뭐가 있는지.. 아니 있기는 한건지도 모르는 나는 어쩌면 엄마한테 물어볼게 더 많을수도 있겠다.


어려서 그런건지.. 사람의 기억력이라는게 대체로 이모양인지 모르겠지만, 음.. 엄마와 함께인 기억이 내게는 너무도 적다. 그래서 아직 기억하고 있는 그 기억들이 엄청 소중한거 있지.

장마가 와서 우리가 함께 살던 집이 물에 잠겨 동생이랑 커다란 빨간 다라이에 타고 엄마랑 아빠랑 잠시동안 수재민이 되었던 기억, 며칠동안 이어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돌아와서 가구들을 꺼내 말리던 기억이 나.

또, 동네형이랑 지하 마트에서 물건 내리기 위해 준비해 둔 파이프벨트를 미끄럼틀 삼아 놀다가 해가 지고도 한참 뒤에 집에 왔다가 엄마가 화를 엄청나게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날도 기억이 나. 얼마나 놀랐으면 그랬을까?하는 생각은 그땐 미처 하지도 못했네.. 그래도 그날은 어서 재우고 다음날 집 밖에서 한참을 손들고 반성하게 했던 기억도 생생해. 그러고는 오히려 본인이 더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서 슬픔을 겨우겨우 숨기면서 다신 그러지 말라며 먹고 싶어하던 과자를 선물로 준 것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어. 기특하지?

아빠랑 헤어지고 한두달에 한번씩 우릴 보면서 볼때마다 가슴아파하던 것도.. 그것도 다 기억한다. 괜찮을줄 알았는데..눈물이 고이네..

그런데말야... 속상하게 그거 말고는 내 기억속에 엄마의 따듯함이 더 없어.. 더 속상한건 엄마랑 아빠랑 심하게 다투던 그날의 기억이 내게 있다는 거야. 자고 있다가 시끄러워서 깼는데.. 그랬는데..무서워서 모른척, 그냥 자는척 했거든. 지난 일에 후회가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이날은 두고두고, 그때 일어나서 뭐라고 한마디를 했으면 어쨌을까 싶은거 있지.

엄마가 세상을 떠나 다른세계로 향한 그 날, 엄마 가는 그 길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못한거도 너무 미안하다. 엄마 입장에서는 내가 울지 않았던게 조금은 더 마음이 편했을지 모르지만, 사는 동안 그게 자꾸자꾸 마음에 걸리는 거 있지. 그래서 이 나이가 되도록 그때 못 흘린 눈물을 나눠서 흘리고 있나봐.


엄마가 내 곁에 있었다면...

그랬다면... 그랬다면...

하.. 내 삶에 만약에 같은 건 없다고 그렇게 굳게 믿고 있는데, 이 경우 만큼은 그게 정말 안된다.

같이 데이트라는 그럴사한 명목하에

영화도 보러가고,

맛집도 탐방하고,

쇼핑도 하고,

가끔은 술도 한 잔 하고..

그랬을텐데..

어쩜 아들이랑 그렇게 친하게 지내냐며

주위 아줌마들한테 엄청 부러움사게

그렇게 지냈을것만 같은데..

그랬을것만 같은데..


근데 현실은 37살이 되었어도 철이 안들어서

자식은 커녕 아내도 없다.

자랑도 흠도 아닌데.. 그렇다는거 아는데..

엄마가 속상해할 것만 같기도 해.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 아들인지..

또 알게 되었네.

30분안에 엄마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없을 거란걸 왜 몰랐을까? 그만써야 할 시간이 벌서 찾아온거 있지. 마치 엄마와의 시간이 내게 그토록 짧았던 것 처럼 말이야.


그래도 엄마,

나 잘 살아가고 있어.

행복하게!

엄마한테 물려받은 마음 덕분에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그 사람들이 또 얼마나 따듯하게 대해주는지, 난 참 복 받은 녀석이더라고.


다음엔 이런 리미트 없이 엄마랑 이야기 할게.

오늘만 좀 봐줘.

엄마. 보고싶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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