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되었네
포만감으로 산모처럼 솟아오른 배를 어루만진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늦은 저녁식사가 가져다 준 포만감을 느끼며 쇼파에 누웠다.
천장에서 온몸에 스미듯 내려오는 차가운 에어컨 공기가 나른함을 부추긴다.
배가 아닌 마음도 포만감으로 가득하다.
특별한 것 없는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이좋게 익혀 먹은 샤브사브.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더니,
음식을 나눠 먹었더니 배가 되었네.
산만한 배여도 좋다.
오늘 내 삶의 가치가 배가 되었으니.
나근나근
자칫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가사를 들을 수 없는 볼륨의 음악이 흘러나오네.
자칫 집중하지 않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친구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오네.
자칫 마음을 놓으면 잠이 들 것 같네.
단잠에 빠질것만 같네.
내방
쓰지도 않는 저 볼펜은 언제부터인지도 모른채 책상위에 놓여있네.
두 개피 남은 담배갑은 언제쯤 나와 키스할 수 있을지 애타게 기다리고만 있네.
오늘 아침 나에게 버림받은 배게는 침대 모퉁이에 불안하게 매달려있네.
언제고 다시 프랑스에 갈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여권은 테이블 위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네.
일요일 저녁마다 나의 절친이 되는 리모컨은 오늘은 심퉁한지 배를 깔고 엎드려있네.
마지막으로 펼쳐본게 언제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소설책은 표지자락을 슬쩍 들어올리며 나를 유혹하네.
그렇게 함께 이곳에 있네.
작심삼일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이렇게 될거라고 알고 있었지.
그러면서도 불안했었지.
그래도 이렇게 해내고 말았지.
하지만 다시 원점이지.
다행히 마음도 원점이 되었지.
같지만 다른,
다른지만 같은,
그 시간이 시작되었지.
이렇게 채워가야지.
조금씩 채워가야지.
반복 아닌 덧칠을 해나가야지.
오늘은 시를 써봤네.
오늘은 시를 써봤네.
머리속에 떠오르는 대로
손가락이 움직이는 대로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오늘은 시를 써봤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장소의 순간의 분위기에 대해
내가 살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에 대해
내가 글을 써가는 그 마음가짐에 대해
오늘은 시를 써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