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을 찾고, 잃어버리다.
간만에 방청소를 했다. 대청소까지는 아니었지만 대청소에 준하는 그런 청소였다. 최근 바쁘기도 했고, 집에 들어오면 잠들기 바쁘다보니, 빨래와 청소가 쌓여있었다. 보통의 주말이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보통 때보다 좀 더 심했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방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어질러져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그러다가 5만원짜리 지폐 2장을 발견했다. 언제 어떤 이유로 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살짝 중요한 물건들 : 예를 들어, 외장하드, 카드지갑, 예전 핸드폰 등을 넣어두는 그런 박스 안에 다른 물건을 넣으려다 발견했다. 1만원도 아니고 10만원이나 찾게 되니 기쁘기 짝이 없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마음이리라. 안 그래도 지난달 지출이 과해서 이번 달 지출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뜬금없는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었다.
참 웃기는 일이다. 사실 10만원은 원래부터 내 돈이었고, 지금 10만원을 찾았다는 건, 사실 10만원을 잃어버렸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10만원을 잃어버린 내용은 기억에 없다. 그래서 이렇게 신날 수가 있는 것이다. 알면 슬퍼하거나 속상할 일인데,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때론 좋을때가 있는 이유가 이러기 위함은 아니겠지만, 오늘은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그렇게 10만원이 생겼다고 좋아했던 내가 일희일비하게 된 이유는 여권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여권을 찾게 된 이유는 이러하다.
2012년 자전거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내가 가지고 있던 신분증은 여권과 운전면허증이었다. 주민등록증은 잃어버렸고 운전면허증은 면허가 취소가 되어서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운전면허가 취소 된 것은 여행중에 적성검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한국에 돌아온 내가 신분증으로 사용한 것이 여권이다. 주민등록증을 재발급 받아야 했지만, 증명사진을 찍고 동사무소에 가서 신청을 하고 그러는 과정이 귀찮았다. 게다가 여권으로 충분히 신분증명이 가능했기때문에 따로 주민등록증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여권은 왜 찾아야 했는가?하면, 인터넷 뱅킹을 쓰던 계좌가 있는데, 한동안 쓰지 않다보니 계좌가 휴먼상태, 뭐..그런것이 되어 있다며, 가까운 영업점에 가라는 메세지를 받았다. 그래서 내일이나 모레나 시간이 허락할 때 가려고 통장과 신분증을 준비해 두려고 하는데, 여권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분명 지난달에 제주도에 갔다 올때도 썼고, 지난달 말 회사에서 여권사본이 필요하다고 할 때 까지도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집안에 내가 둘만한 곳과 가방속까지 샅샅히 뒤져보았는데 그 어디에도 없다.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어디 특별하게 따로 둔 곳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얼마전까지 가방에 넣고 다녔던 것도 같은데, 거기에도 없는 것이 혹시 다니다가 흘린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솟다가도, 여권만 떨어질 일이 따로 생겼을리가 만무하다에 무게가 더 실린다. 어디에 제출한 적이 있나 싶어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그런 기억은 없다. 3~4평짜리 방안에서 여권 하나를 못 찾고 있는게 좀 한심하기도 하고, 설마 언젠가 청소하다가 쓰레기들에 파묻힌 채 그대로 여권도 함께 버린건 아닌지, 상상의 나래가 자유롭게 펼쳐지고 있다.
어딘가에 있다면, 오늘 되찾은 10만원처럼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지않다면 상당히 속상할 것 같다. 왜냐하면 그 여권은 내 세계여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여권이기 때문이다. 물건에 집착을 갖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그 여권은, 그렇게 부피가 큰 것도 아닌데다, 내 개인정보가 담겨 있는 물건이니깐 이정도는 집착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으로 찾아볼 곳은 회사의 내 자리인데, 거기는 없을 확률이 무려 99.99%
10만원을 되찾고 여권을 잃어버린 이유는 확실히 알겠다.
어서 가서 주민등록증을 만들고, 운전면허 재시험을 보라는 의미겠지.
알겠다. 바쁜일 끝나고 평일에 시간이 생기는대로 처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