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9일차]추억을 그리는 밤에

좋은 사람들

by 김연필

3년전부터 여름이면 함께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떠는 모임이 있다. 스케쥴이 되는 사람들끼리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점심까지 펜션을 잡아두고는 함께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대학 동아리부터 시작된 인연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처럼 아직 싱글인 사람도 있고, 어느새 아이들의 부모가 된 사람도 있다. 동기들끼리만 모이는 것도 아니다. 후배들도 함께하고 가족을 꾸린 사람들의 가족들도 함께한다. 처음에는 조금 거리감이 있던 누구의 남편, 아내, 아이들이었지만 어느새 또 다른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있다.


신기하게도 주로 함께하는 사람들의 자녀들은 나이가 비슷한 또래들이다. 그래서 모이면 서로 잘 어울려 놀고 엄마, 아빠들은 아이챙기기에 대한 부담이 좀 줄어든다.


함께 놀 친구들이 있어도 아이들은 삼촌인 나를 찾는다. 차고 넘치는 에너지를 쏟아 부을 또 다른 대상이 필요한 아이들은 지칠줄도 모른채, 이거 하자고, 또 저거 하자고 보챈다. 그래, 이 녀석들 어디 한번 신나게 놀아보자.하고 덤비면 천진난만한 얼굴을 내게 선물로 내어준다. 놀이에 대한 전략과 전술 그리고 경험은 내가 더 뛰어나지만, 체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도 이녀석들과 노는게 재미있다.


이야기꽃이 피어 오른다. 우리끼리 기억하고 있는 옛 추억들을 꺼내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과 함께 살면서 생긴 에피소들들로 함박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처음엔 조금 어색하고 말 수가 적던 친구의 남편, 혹은 아내들도 이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건낸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눈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있다.


1999년, 17년전에 처음 만난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무살의 청춘때 만나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스무살의 청춘,그때에 머물러있다. 사회적 지위와 체면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서로가 알고 있는 지난 기억을 무기삼아 웃음폭탄을 던지기도 하고, 기꺼이 망가짐을 받아들인다. 아니 망가졌다는 의식조차 없다. 서로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들을 마음껏 내 던진다. 그럴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음이 오늘도 날 미소짓게 만든다.


일부러 먼길을 돌아와야해도 우리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핸들을 돌리는 사람, 맛있는 음식으로 2박3일을 풍족하게 채워주는 사람,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집에서 이것저것 음식을 챙겨오는 사람, 누가 어떤 부탁을 하건 스스럼없이 몸을 움직이는 사람, 정말 너무나 함께 하고 싶었는데 스케쥴이 허락하지 않아 아쉬워하는 사람, 오지 못한 친구들을 끊임없이 오라고 재촉해보는 사람, 그런 친구들에게 여기가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주는 사람.

이렇게 참 좋은 사람들이 모여 하루종일 허기를 느낄 타이밍을 찾지 못한 채 이야기를 나누는 2박3일의 마지막 밤이다.


착한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잠자리에 들었고, 피곤한 몇몇도 이미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아직 쌩쌩한 친구들은 이 밤을 더 오래 추억하고 싶은지 비빔면을 끓였다며 나를 부른다.

타이밍이 참 기가 막히다. 어느새 30분이 다 되었으니 말이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또 하나의 추억이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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