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10일차]묘사하기

비유와 은유

by 김연필

너무 부끄러워서 가스불 위의 마른 오징어처럼 손발이 오그라들정도로 비유와 은유 그리고 형용사를 남발하는 문장들을 오늘은 쏟아내보기로 한다.

그러니깐, 당신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며 개찰구를 지날 준비를 하기 위해 뒷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지갑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가는 그 모습처럼, 지금 당장 이 페이지를 벗어나도 좋다.


너무나도 투명하고 영롱해서 어떤 장인이 장고의 시간을 들여 깎고 다듬고 한 보석인줄 알았던 아이의 눈동자.

목 뒤에서 척추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방울같은 눈빛으로 그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디저트는 샤워를 마친 후 선풍기 앞에 선 것 같은 맛이다.

풀이 눕듯이 흩날리는 머릿결.

종이에 손가락을 베인 것 같은 눈빛.

바람이 어루만진 듯한 몸매.

그녀가 먼저 내게 '주말에 뭐해?'라는 카톡을 보내왔다. 만만하게 보던 산을 중턱에도 오르지 못하고 숨을 헐떡거릴때 맛 본 오이가 생각났다.


아..겁나게 힘들다. 1분이상 쉴 수가 없기에 일단 지금의 심정을 옮겨 적고 있다. 즉흥적으로 어떤 상태나 상황을 표현하려고 하니 너무 어렵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30분 글쓰기는 내 글쓰기 능력을 조금이라도 향상 시켜보기 위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함을 내 삶속으로 옮겨와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스스로 그렇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었으니 말이다. 포기해도 괜찮다. 마음을 고쳐먹어도 괜찮다. 정말 그러고 싶어서라면 얼마든지 괜찮다. 그렇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더 이상 그래서는 안되겠다. 이제는 내 자신에게 부끄러울 일들을 줄여나가야 한다. 남들을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술이 잔뜩 취해 같은 말을 내뱉고 있는 친구처럼, 나는 나 자신에게 일단 올해엔 다른건 몰라도 이건 꼭 해내자고 되뇌이고 있다.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노트북 키보드가 눌리는 소리, 내 방에서 들리는 소리다. 아!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그 중에 선풍기 소리가 가장 나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온몸에 불어오는 바람이 선풍기 소리에 내 정신이 팔리도록 부추기고 있다. 발가락부터 허벅지를 지나 엉덩이를 넘어 어깨에 닿은 뒤, 짧은 머리카락 몇가닥을 살짝 흔들고는 양팔을 따라 흘러 손등을 지나 부는 바람은 꼭, 샤워를 하고 있는 기분이다.

배에 깔려있는 대나무 돗자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내 가슴팍과 뱃살을 파고 들어온다. 배에 조금 힘을 주어보니 몸이 살짝 떠오른다. 하지만 뱃살을 파고든 돗자리는 변함이 없다.

자세를 바꿔보았다. 왼다리를 몸쪽으로 접어 올렸다. 왼발바닥은 선풍기를 향했다. 이상하다. 발바닥이 하늘로 향했을때 발가락은 바람을 감지했는데, 선풍기를 마주한 발바닥은 태풍의 눈에 있는것도 아닌데, 바람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내 발바닥이 둔감한건가...아니면 그냥 내가 둔감한건가... 감이 오질 않는다.

엉덩이 아래 두 허벅지가 나뉘는 곳에 소용돌이가 치는 듯한 바람이 지나간다. 아! 시원하다.


비유와 은유는 공부를 해야겠다.

시간됐다...그럼 내일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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