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138일차] 문득

고백 아닌 고백

by 김연필

30분 글쓰기를 하면서 설마 나 스트레스 받고 있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가 싫은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만든 틀안에 내가 조금씩 갇혀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딱히 꾸준히 오래동안 열심히 해 온 일이 없어서 그런 습관을 들이고자 한 생각에 처음으로 꽤 강력하게 '왜 그래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아니 이미 마음은 새로운 생각의 편에 가깝다.

나는 내 삶의 궤적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없다. 지난날의 나도 그대로 충분히 가치롭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부족한 부분이 보였다. 그래서 그것을 극복해보려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이 마냥 부족하기만한 그런 선택은 아니었다. 누군가에겐 지나칠지 몰라도 그 자유로움덕에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것이다. 100점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 많은 사람들로부터 후한 점수를 받고 살고 있지 아니한가?

그 궤적대로 살아서 여기까지 온거다. 심지어 그렇게 온 길을 내가 좋아하고 있었는데, 어떤 욕심이 작용해 나를 한발이 아니 서너발 더 나아가게 한 것만 같다.

물론 지금까지 138일을 지나오며 괴로운 일이라고 탄식하거나 하고 싶지 않다고 땡깡부리고 싶은 적은 없었다. 그저 잘 해내고 싶었고, 꼭 해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안에도 욕심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욕심은 나를 기준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기준으로 한 것이었다. 그렇기때문에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심지어 글로 옮겨적는 것이다.

자유와 방종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는 나의 자유를 스스로 제한한 것일까? 뭔가 꾸준히 해낸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은 내 안에서 스스로 우러나온 것인가? 아니면 타인들과의 관계속에서 내가 선택한 것인가? 둘 다 주도적이긴 하지만, 온전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질문이 뒤따라온다.

30분 글쓰기를 그만두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 그냥 조금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을뿐이다. 심지어 이렇게 글을 쓰지 않고 그냥 내 멋대로 해도 사실은 상관이 없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하나다. 그냥 쓰레기통에 쳐박혀도 상관없는 글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어떤 누군가에게는 어쩌면 작은 도움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도움이 되고 싶어서 쓴다기 보다는 내 글이 그래도 쓸모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적어도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것이 아직은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그 대상이 내가 아는 사람이기보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길 기대해본다. 아니, 그런 사람들에게 더 자주 많이 다가가길 바란다.

시간을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난 그들은 그들대로 존중한다. 하지만 더 멋진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아닌 경험을 기준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가 친구인 동시에 스승이고 또 제자이다. 경험을 통한 지식은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해함의 경지로 오르기 쉽기 때문이지 않나 싶다. 우리가 어른을 존중하는 이유는 단지 시간이 아니라 경험까지 포함해서이다. 하지만 세상이 급변하면서, 그리고 개개인에게 자유가 더 크게 주어지면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보다 실질적 경험을 더 중요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경험이 전부는 아니다.(말은 이처럼 위험하다. 모든 것을 담을 수 가 없다)

30분 글쓰기에 대한 오늘의 글은 그간의 경험을 비탕으로 한다. 부족한 부분이 투성이고, 어쩌면 이런 설명조차 필요없을 정도로 초라한 글만 써놓았을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글을 써야만 한다. 내가 오늘을 솔직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아주 작은 증거를 난 내놓고싶다. 나의 결백을 위해서가 아니다. 서로간의 믿음을 위해서다.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나는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주변사람들이 믿음을 좀 더 마음에 품게 해주는 일 정도다. 이 일은 내가 글을 꼬박꼬박 쓰는 일보다 훨씬 더 가치롭다고 믿어 의심치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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