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S이야기
1년에 한 번, DBS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갖는다. DBS는 대학시절 학교 방송국의 이름이고 20년째 명맥을 잘 이어오고 있는 자랑할만한 모임이다. 12월 1일은 DBS의 개국기념일이다. 내 생일과 하루 차이, 매년 이즈음 장소를 정해서 현역부터 OB까지 모두가 만나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평소대로라면 이 모임의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선후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나이지만, 오늘은 적당한 시간에 먼저 나왔다. 더 일찍 나올 계획이었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시간인데 그렇게 쉽사리 나올 수 는 없는 법. 좀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리를 뜨게 되었다. 쫄쎈이 문을 닫는 아쉬운 이벤트만 아니었으면 이럴일이 없겠지만, 그만큼 내게 홍대 쫄깃쎈타는 특별한 공간이기에 DBS선후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쫄깃쎈타가 DBS보다 더 소중하다는 뜻은 아니다. 마지막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이번 모임엔 오랜만에 1기 선배님도 오셨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반가운 후배들. 1년에 한 번 뿐이지만, 그렇게 우리는 유대감을 이어간다. 그리고 이 유대감이 DBS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나이차이가 많은면 20살도 넘게 나지만, 각자가 애정을 쏟아부은 시간과 공간을 함께 나누기에는 시간은 중요하지가 않다. 어느새 후배들이 보기에 존경하거나 긍정적인 미래를 보여주는 선배들이 되어있고, 그러면서도 유대감 또한 지켜가는 이 모습이 나는 참 좋다.
그리고 한창 학교생활을 하는 후배들이 준비한 작은 축하공연과 그들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지난 시절의 내 학창시절이 오버랩된다. 그렇게 젊음의 시간을 다시 내게 불러오고, 나누고, 기억하고, 함께 또 다른 추억을 기록하며 우리의 관계를 확장시켜간다. 이런 것이 가능한 동아리(DBS는 동아리가 이니라 학교 부속기관이지만)에서 활동한 것은 여전히 내 자랑거리중에 하나이다.
언제나 귀엽기만한 현역 후배들, 이제는 가정을 꾸린 선후배 그리고 동기들, 또 필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뿌듯함이 차오른다.
17살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이 고맙다.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만나면 항상 반가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행복의 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만나도, 어디에서 만나도 그저 반갑기만할 그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모여서 볼 수 있음은 축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터.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기분이 너무 좋다.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그런법이지.
다시 쫄깃쎈타로 또 다른 즐거움을 나누러 간다. 아마 오늘 밤은 아쉬움도 함께 올 것 같다. 그래도 마지막을 더 아름답고 행복한 추억으로 나는 기꺼이 채우고 싶다. 내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서라도 그러고 싶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이건 진리라고 감히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