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168일차] 유서

2016년 12월 22일

by 김연필

가끔 그런 날이 있다.

아무런 원인도 이유도 없이, 그냥 머리속에 생각이 뭉게뭉게 마구마구 솟아나는 그런 날 말이다.


희노애락이 한꺼번에 솟구쳐 오른다.


이럴때면, 나 자신이 감당이 잘 안 된다. 아니, 감당하려는 생각조차 사실 들지 않는다. 감정이 흐르는 플로우를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뫼비우스의 띠, 시작도 끝도 똑같은 그 길을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어디까지 가도 결국 내 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단 한 없이 밖으로, 또 다른 곳으로 가려고 열심히 발길질을 해본다.


모든것은 끝이 있다.

그 사실이 두렵다.

그 끝이 두려워 우리는 오늘 이렇게 발버둥을 치며 사는걸까? 하루라도 온전히 두려움 없이 살아보면, 온전히 그래보면, 그러면 다른 세상이 펼쳐질까?


만약 내일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정말 내일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내일 무엇을 할 것인가?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무엇을 상상하던지 그것은 나의 자유지만, 무엇을 상상해도 그것은 실제로 이루어질 확률이 매우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정을 기꺼이 해 보는 이유는.. 어쩔수 없다. 이런날은 감정이 나를 지배한다. 이성은 이미 쫄보가 되었다. 어떤 상식도 통하지 않는 세상이 이미 열렸다.


만약이 사실이 되면,

나는 정말 무엇을 할 건가?


순간적으로는 지금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싶기도 하고,

통장에 남은 돈을 탈탈 털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잔뜩 불러놓고, 마지막 한 턱을 쏘며 즐거운 파티를 하고 싶기도 하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북유럽의 오로라나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은 보러 가다 생이 끝날것 같으니 포카라로 날아가 페와 호수위에 보트를 띄우고 싱글몰트 위스키 한 잔을 마시는 것도 좋지 싶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이야기들은 그저 작은 일렁임일뿐,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본 결과 내 선택은


'혼자 지난 추억을 돌이키키'


를 할 것이다.


아무도 없어도, 모두와 함께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하루만에 반전을 불러일으킬 일도 없다. 눈치빠른 누군가의 눈빛을 알아챌 일도 없고, 그 시간이 끝나가는 것을 너무나 아쉬워 할 일도 없다.


오늘 쓰는 나의 유서는 이러하다.


오늘의 내가 있도록 나를 스쳐간 모든 인연들과의 그 만남이 고맙다오. 행복했다오. 혹시라도 내 빈소에 오거든 실컷 울다가 웃어주오. 내 죽음이 슬퍼서 울다가 그래도 잘 살다 갔다고 생각하며 미소지어주오. 그리고 가끔 추억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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