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176일차] 지하철에서

그대는 본 적이 있나요?

by 김연필

#1

지하철 창문 넘어도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의 온기를 그대는 느껴본 적이 있나요?

맞은편에 앉은 사람과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미소를 건네어 본 적이 그대는 있나요?

분주한 지하철 자기가 앉은 자리를 환하게 웃으며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는 교복입은 학생을 본 적이 있나요?

분명 서로 모르는 사이가 분명한데 마치 커플처럼 같은 잠바를 입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본 적이 있나요?

얼마나 피곤했는지 고개를 뒤로 젓히고는 입을 벌린채 잠시 다른 세상에 가 있는 사람을 본 적은 있나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모바일 폰에 빠져 있다가 내릴 곳을 깜빡 지나치고는 당황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나요?

임산부가 아닌 젊은 여성을 임산부인주 알고 자리를 양보해줬다가 난감해하는 남학생을 본 적은 혹시 있나요?

어떤 슬픈일이 있는지 휴대폰을 만지작 만지작하며 고개를 떨군채 눈물을 훔치고 있는 여자를 본 적은 있나요?

장난기 많은 고등학생들이 친구 신발 한 쪽을 뺏어 열차가 정차한 사이 열차 밖으로 내 던졌고, 그것을 주우러 학생이 열차 밖으로 나갔는데 친절한 시민 한 분이 그 사이에 신발을 안으로 던져 주었고, 열차 밖으로 나간 신발 주인이 아직 열차에 타지 못했는데 열차문이 닫히는 장면을 당신은 본 적이 없겠죠?

빈자리를 보고 서로 달려왔다가 누가 먼저인지 애매해서 서로에게 양보하는 사람들은 본 적이 있겠죠?

서로가 썸타고 있는 커플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명이 던진 말에 살짝 어색해진 그 순간을 몰래 목격한 적은 있나요?

그대 옆자리에 앉아 닿은 한 쪽 편이 내내 신경쓰이는 나를 알아챈 적은 없죠?

그대와 함께라면 천안도 오이도도 기꺼이 갈 수 있는 내 마음은 알리가 없겠죠?

그대는 본 적이 없어요.

그대 만나러 가는 길 열차가 지연되 발을 동동 구르던 내 모습도

그대 만나러 가는 내내 자꾸만 미소짓고 있던 내 얼굴도

이미 도착했는데 그대가 보낸 조금 늦겠다는 메세지에 일부로 몇정거장 더 갔다가 돌아오는 나를

그대를 보내고 나서도 한참 그대랑 서 있던 그 자리를 혼자 좀 더 서성거리는 나를

그대는 본 적이 없어요.

그대는 본 적이 있나요?

그대는 나를 본 적이 있나요?

그대는 그대를 향한 나를 본 적이 있나요?

그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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