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02일차] Scene #13204

진심

by 김연필


장소 - 서울, 어느 선술집

등장인물 - 나, 너


나 : 야. 궁금한게 있는데 말야

너 : 뭔데?

나 : 너는 왜 그렇게까지 솔직하게 말을 하냐?

너 : 그게 무슨소리야?

나 : 아니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한테까지 너에 대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다 이야기 하잖아.

너 : (술을 권하며)그게 뭐? 난 괜찮은데.

나 : (술잔을 받으며)아니.. 나야 뭐 니가 왜 그러는지 잘 알지. 그래서 뭐라고 그러는게 아니고,

너 : (술을 마시며 쳐다본다.)

나 : 왜 그렇게까지 이야기 하냐고? 뭐.. 가끔 니가 너무 그렇게 니 삶을 훅 펼치면 때론 당황스럽기도 하단말야. 저번에 그.. 그 색기.. 그 아.. 왜 이름이 생각이 안나냐?

너 : 뭐.. 있다고 치고..뭐?

나 : 그래, 맞다. A. A도 나한테 그렇게 이야기했고, 나도 처음 니가 니 이야기 할때는 꽤 놀랐으니깐 말야.

너 : 내 삶을 이야기하는게 그게 왜 이상한데?

나 : 아니, 이상하다는 말이 아니고, 왜 그때 그 여자애, 그 여자애도 니가 너무 니 마음을 털어 놓듯이 이야기해서 오해했었잖아.

너 : (술을 권하며)그건 그 애 마음이잖아. 그러고 싶으면 그러는거지. 내가 그렇게 말한다고 다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아.

나 : (받은 술잔을 내려놓으며)뭐..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보통 친한사이 아니면 그런 이야기 잘 안하잖아. 그리고 나름 친하다고 생각해서 해 준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냥 그렇게 쉽게 누구에게나 해버리면.. 뭐랄까 뭔가 그냥 다 가벼운 관계처럼 느껴질 수도 있잖아.

너 : 친한사이라.. 그렇게 생각하면 그 사람들 나랑 안친한거 아니냐? (잔을 부딛히고 마신 후)그렇게 말하면 내 마음을 모른다는 말 같은데?

나 : 아니, 아.. 그러니깐 니 기준 말고, 다른 사람들 기준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거지.

너 : 그럴수 있지.

나 : 그러니깐..

너 : 그러니깐 상관이 없지. 내 삶인데 내 기준대로 사는거고,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 기준대로 사는거잖아.

나 : 그래. 니 말이 맞지.

너 : 나한테 옳을뿐이지.

나 : 아.. 진짜.. 그래 니 말이 맞고, 이렇든 저렇든간에 그런데 왜 그러는 거냐고? 그래, 이게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는데.. 말꼬리잡고 돌았네.

너 : 음.. (술을 권하며)진짜를 만나고 싶으니깐!

나 : (술잔을 받으며)진짜?

너 : 응, 진짜. 나는 진짜를 만나고 싶어.

나 : 뭔가 알듯 하면서도 모르겠네. 진짜를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라.. 그럼 진짜를 만나고 있어?

너 : 글쎄.. 그걸 아직 모르겠어. 아마도 찾아가고 있는 중인거 같아.

나 : 근데, 뭐가 진짜냐?

너 : 그게.. 뭐랄까.. 진짜.. (한 잔 마시며) 그러니깐 뭐.. 이런거야. 전에는 사람을 만날때마다 만나는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그런 모습을 하곤 했었거든. 음.. 그래! 그때, 그 사람들하고 친해졌지. 금방 친해졌어. 그래서 자주 어울리고, 그렇게 어울리다보면 방금 니가 말한 것처럼 그제서야 내 이야기를 하곤 했어. 그러다보면 더 친해지고.. 그땐 그랬지. 그런데, 왜 그런거 있잖아. 어느날 부턴가 조심씩 답답해지는거. 내 마음을 잘 몰라주는거 같은거. 맨날 먼저 다가가니깐, 계속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거. 그런데 때론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하잖아. 아니, 반대로 상대가 그래줬으면 하잖아.

나 : 그야.. 그렇지..

너 : 그래서야. 그게 싫어졌어. 물론, 전혀 그런건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야.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래야 하기도 하겠지. 그런데, 적어도 시작부터 그래야만 하거나.. 어떤 피치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아.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는 그대로의 너를 만나고 싶거든.(빈잔을 스스로 채운다)

나 : (너의 잔을 살짝 튕기며)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는 그대로의 너라..

너 : (한잔 권하며)어차피 평생 속이거나 숨기고 살 수 없잖아. (술을 털어넣고)처음에 어느정도 이렇게 저렇게 아닌 척도 하고, 괜찮은 척도 해보지만, 결국 우린 우리의 본모습으로 돌아가지 않나? 뭐.. 나는 그렇더라고. 그래서 그렇게 만나서는 별 의미가 없겠더라고. 뭐.. 아예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결국 그런거잖아. 너도 잘 알거아냐?

나 : 그야 그렇지만, 그것도 다 나잖아. 내속에 내가 많을 뿐이잖아.

너 :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다시 잘 생각해보면, 내 속에 그 많은 나들, 사실 가짜가 많잖아. 안 그래?

나 : 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네. 근데 보통은 그렇겠지..

너 : 그러니깐 진짜로 대하려고 노력하는거야? 친해져서 날 보여주는게 아니라 난 이런 사람이라고 그냥 보여주는거야. 그걸 보고 그 사람이 나도 이런 사람이야 라고 하는 거 잖아. 뭐.. 이렇게 말하면 내가 사람을 판단하는 것 처럼 들릴까봐 좀 그렇지만, 그런 나를 보고 대하는 그들의 마음을 살펴보는 일이 나는 조금 즐겁기도 하고, 또 그들을 좀 더 잘 알게 되서 좋거든.

나 : 근데, 니가 마음을 열어서 그들이 마음을 열었을때, 너는 그들의 그 마음이 진짜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아? 니가 말해서 연건지? 아닌지? 알 방법이 있어?

너 : (술을 권하며)아니, 대부분은 보통 그들의 진짜를 보여줘. 어떤 사람은 그래서 마음을 열기도 하고, 여전히 경계하기도 하고, 또 왜 그러는지 의심하기도 하고, 그냥 그 상태를 즐기기도 하지. 그게 그들이 내게 보여주는 진짜 모습이라고 나는 생각해.

나 : 그럼 진짜를 만나고 있는거라고 봐야겠네.

너 : (짠 하고 함께 술을 털어넣으며)근데, 내가 찾는 진짜는 아닐 수도 있지.

나 : 어?

너 : (술을 권하며)그래서 그 상태로 더 만나보고, 그러면서도 계속 나는 매번 내 마음을 그대로 전하려고 노력하는 거야. 뭐.. 때로는 맘대로 잘 안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러고 있는 중이지.

나 : 넌 뭘 찾고 있는데?

너 : 이대로 살아와서 이런 나와 함께 놀 사람.

나 : 뭐?

너 : (한 잔 털어 넣고)솔직하면 참 피곤하고 그래. 때론 설명해야 할 말들이 많기도 하고.. 또 처음엔 안 솔직할때보다 눈치도 더 많이 보였거든. 상대가 어떤지 확인했어야 하니깐. 그런데 이제는 이게 좀 더 편해. 아직 살아온 날들이 그리 많지 않아 부끄럽지만, 그런게 있더라고...(한 잔 스스로 따르며) 어떤 사람은 나와 하루만 만났을 뿐인데, 내 말을 듣고 자신을 보여줘. 그런데 어떤 사람은 몇달을 만나도 그 사람이 누군지 잘 모르겠더라고. 뭐, 누가 더 신중한지, 누가 더 진실에 가까운지.. 사실은 신이 아니니깐 나는 알 수가 없지. 그런데 한가지 알게 된 것이 있어.

나 : 그게 뭔데?

너 : (한 잔 털어넣고)눈동자

나 : (따라 털어 넣으며)눈동자?

너 : 어. 눈동자! 아니.. 눈동자가 머금은 그 눈빛. 그리고 그 눈동자와 빛이 향하는 방향.. 난 그게 참 좋아.

나 : 뭐?

너 : 아.. 뭐 이건 됐고... 야! 너는 뭐가 보고 싶냐?

나 : 뜬금없이 이건 뭔소리야?

너 : (술을 권하며) 나는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눈동자를 보고 싶어. (잔을 털어 넣고)그러면 행복해져. ㅎㅎ

나 : 내 눈은 어떤데?

너 : 니눈... 잘 안보이는데.. ㅋㅋㅋ

나 : 야! 죽는다!

너 : 아이고 무서워라. 그런데 오늘 죽으면 아마도 저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거고, 넌 제일 불행한 사람이 될건데 괜찮겠어?

나 : 아.. 진짜 이 색기가..

너 : 지금 눈빛 좋네

나 : ....

너 : (한 잔 건네며) 야! 우리 언제 죽을지 몰라 임마. 그러니깐 하루라도, 이제라도, 진짜로 살아야지. 에히.. (한 잔 마시며) 야야.. 방금 한 말은 취소다 취소.

나 : 지랄을 하고 자빠졌네. 이 색기는 뻑하면 오늘이 마지막이래.

너 : 야 임마!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거야. 과거는 아무도 바꿀 수 없고.. (스스로 잔에 따르려다 그걸 본 나가 잔을 채워준다. 그리고 자신의 잔도 채우는 중)근데.. 적어도.. 적어도 지금은 왠만큼 알고.. 이렇게 저렇게 할 수도 있잖아. 그러니깐 나는 그냥 오늘에 배팅을 더 해 볼 뿐이야.

나 : 그건 동의한다 색기야!

너 : 그리고.. 나는.. 나는.. 진짜로 만나고 싶어. 그냥 본투비.. 본투비 그대로 서로 만나 함께 불확실한 미래를 기꺼이 탐험할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어. 근데.. 근데.. 비겁한게 하나 있어..(짠하고 서로 잔을 털어 넣는다) 상대방의 본투비를.. 내가 정말 받아 들일 수 있을까? 그게 궁금한 상태거든... (뭔가 말하려는 나를 막으며) 그게 안 맞으면 다른 사람 찾으면 된다는 건 너무 잘 알고 있지.

나 : 야 이 색기야. 너는 아무도 만나지 마. 너는 적어도 내가 아는 이 세상에서는 아무도 만나면 안된다고 본다.

너 : 그건 뭔 씨발소리냐?

나 : 너.. (술 잔을 권하며) 너는 씨발.. 니 세상에 혼자 사는게 좋다고 본다.

너 : 아.. 나 이 색기가.. 야! 내 세상에 대해서 맘대로 떠들지마. 니가 뭘 안다고..

나 : 야 이 색기야.. 너는 뭘 아는데.. 존나 지 밖에 모르면서..

너 : 너도 니밖에 모르..

나 : 야.. 니 말이 뭔지는 알겠는데, 너 야 이색기야. 세상에 너만 있냐?

너 : 좆까! 세상에 나만 있냐고? 니가 말하는 그 세상엔 내가 없지.

나 : 뭐?

너 : 니가 만든 그 세상엔 내가 당연히 없다고 병신아... 그리고 진짜 개속상하지만.. 내가 만든 이 세상엔 씨발 너 아직 있다..

나 : 하.. 야.. 너 너무 막 말하지 마라.

너 : 니가 더하면 더했지.. 나 아닌데?

나 : 됐다.. 집에 가자.

너 : 아

나 : 그래 가야지. 씨발

너 : 오늘은 내가 살게.

나 : 좆까 씨발. 돈도 못 버는게..

너 : 못 버는게.. 그래 씨발. 잘 버는 니가 사라.

나 : 야..

너 : 왜 씨발

나 : 고맙다.

너 : 미친색기.. 집에나 가라!

나 : 니가 뭐라던 나는 너다.

너 : 가라

나 : 계산하고 갈게

너 : 니가 나면 그냥 가라

나 : 아 이 색기..

너 : 가라!...

나 : 간다.

너 : 새해 복은 둘째치고.. 외롭지 말자.

나 : 너는 사랑부터 해라.

너 : 이 색기는 좋은말을 왜 또 이랰

나 : 나 지금 나다운건데?

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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