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19일차] 다람쥐 챗바퀴 돌 듯

끝을 향하다.

by 김연필

#1

지난밤, 새벽4시경 집에 들어왔다. 방으로 들어와 겉옷을 벗으려는데, 발바닥에 축축한 기운이 느껴진다 싶더니 양말이 젖기 시작했다. 이거 뭐지 싶어 발 아래로 고개를 내리려는데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소리나는 쪽 천장을 보니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 아래 있던 라텍스 매트리스와 배게 그리고 이불이 젖어 있었고, 그 아래, 방바닥에 깔려있던 카페트도 흠뻑 물을 머금고 있었다. 발바닥에 느껴진 물기는 카페트 때문이었다.

아.씨발! 욕이 절로 나왔다.

왜 하필이면 오늘 이시간인가?

지금 당장 주인 아주머니를 깨워도 수리기사가 올리가 없다. 그래도 내일 아침 일찍이라도 오게 하려면 일단 이 사실을 알려야한다. 그렇게 새벽4시가 넘은 시간 주인 아주머니와 통화를 했다. 일어나는대로 처리를 해 주시겠다는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전화는 끊었지만, 난감하다.

일단 젖은 방바닥을 처리해야 한다. 물 받을 통을 가져와 받혀놓고 카페트와 매트리스, 배게와 이불을 치우고 수건으로 바닥의 물기를 제거해보는데,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물이 떨어졌나보다. 쇼파 아래, 침대 밑까지 물이 흥건하다. 보일러 온도를 높이고, 물기를 어느정도 제거했다.

아씨발! 졸린데..자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었다. 물받이통이 그렇게 크지가 않다. 별다른 묘책이 없다. 3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추기 시작했다.

5:00, 5:30, 6:00, 6:30, 7:00, 7:30.......

눈을 감고 있다가 30분마다 물통을 비우고 다시 제자리에 그리고 눕고 눈을 감고 있다가..도돌이표

그런데 허리는 왜 또 더 아파오는 건지..

빨리 잠들고는 영영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2

잠이 부쩍 줄었다.

삶에 대한 갈망인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3

나는 이제 좋은사람도 하고 싶지 않다.


#4

영혼을 태워 글을 쓰자.

마음을 태워 글을 쓰자.

몸을 태워 글을 쓰자.

나를 태워 글을 쓰자.


#5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떠나갔다.

어릴적부터 항상 그랬다.

아직까지 떠나지 않고 있는 단 한명, 나 자신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면,

떠난 모두가 돌아올까? 아니면 나도 떠날까?



#6

그러니깐 작가의 의도를 마음껏 상상하는 것 까지는 좋은데, 니 상상이 내 의도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줘. 알겠니? 일기 아니라고 몇번을 말해야 하니?


#7

외로운 삶, 그저 사랑받고 싶을 뿐이야. 그게 다야.


#8

고장나서 고칠 수 없는 건, 폐기하는게 맞는거지?


#9

죽음의 여행?

그래 죽음의 여행이야. 재밌을거 같아. 죽음의 여행!

배낭.. 음.. 배낭이 필요한가?

그래 작은 배낭 하나 정도면 될거 같아.

거기에 뭘 넣어야 하지?

우선 모바일폰은 꼭 있어야 하고, 보조배터리를 좀 넉넉하게 챙기자. 왜냐하면 죽음의 여행을 생생하게 사람들에게 전해줘야 하니깐. 그러면 야간을 대비해 작은 조명도 하나 정도 챙기면 좋겠네. 그리고 필기도구와 노트도 넣을거야. 마지막 순간은 아날로그로 남겨둘거니깐 말야.

어디로 갈건데?

우선 일본으로 갈거야. 가장 가보고 싶었던 곳이니깐. 그리고 만나보고 싶은 사람도 있고.

그런데.. 죽음의 여행중에 만나는 걸 알리면 안 만나줄 지도 모르니깐 그건 비밀로 해야지.

일본 다음으로는 우유니 소금사막이랑 오로라도 보러 가고 싶은데.. 아마 예산이 부족할거야. 그렇다면 안나푸르나가 있는 포카라로 가야지. 그래, 죽음의 여행 최종 목적지는 안나푸르나로 결정. 그래 거기라면 하늘냄새가 잘 나는 곳이니깐, 내가 분명 좋아할거야. 일본과 네팔 사이는 어디로 갈지는 그때 정하기로 하고, 그래서 언제 출발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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