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51일차] 생각의 흐름

흐르는 대로 써 내려가다

by 김연필

우리가 종종 꾸는 꿈은 그 이야기의 흐름은 자유도가 매우 높다. 장소와 시간따위는 가볍게 뛰어넘고,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며 개연성이 전혀 없어도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것은 아마도 무의식의 세계가 그러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오늘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내 생각의 흐름을 30분간 적어내려가 보고자한다. 카페에 앉아서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휴대폰으로 열심히 글을 적어내려가고 있다. 귓가에는 트와이스의 Cheer up이 흘러나오고 있다.

잠시 목이 말라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오늘 세번째 마시는 커피다. 가급적이면 하루에 한 잔 이상 마시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다.

카페에는 나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없다. 그렇지만 내가 이곳을 전세내고 있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내 공간같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처음 와 본 곳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이곳 인테리어가 내게 그런 느낌을 주지 못 하는 걸까? 하지만 손님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다. 사장님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자리도 조금은 불편하다. 마음같아서는 두 다리를 쭈욱 뻗고 벽붙박이 쇼파에 눕고 싶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바램일뿐, 실천할 의지는 없다. 민폐를 끼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커피가 담겨있는 종이컵 홀더에 I need a break!라고 적혀있다. 나는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창밖을 잠시 바라보았다. 빨간 스포츠카 한 대가 지나갔다. 어릴적엔 빨간 스포츠가가 남자의 로망이라며 좋아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속에서 그런 욕망은 사라져버렸다.

그러고보니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내 눈에 사장님도 사장님의 눈에도 내가 보이지 않는다. 특별한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각자가 이 공간에 홀로 있는 것 처럼 느낄 수 도 있겠다.

커피가 반으로 줄었다. 글쓰기도 반 정도 남았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일을 보러 슬며시 일어나도 될 것 같다. 잠시 출장을 나왔다가 시간이 떠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무슨 일로 나왔는지는 그닥 적고 싶지 않다.

이것저것 아이디어가 종종 샘 솟는다. 그럴때마다 에버노트에 적어 두고 있긴 한데, 좀처럼 노트를 뒤적여 그것들을 다시 찾아 업그레이드 하는 시간을 갖지 못하고 있다. 꼭 그래야 할 이유는 없지만 나만의 컨텐츠를 구축하고 싶은 나니깐, 자주 들여다보고 생각에 물을 줘야하는데.. 하는 생각은 그래도 하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커피를 마시고 있자니 오늘 밤에 쉽게 잠이 오지 않지는 않을지 염려가 살짝 된다. 예전엔 커피와 상관없이 잘 자고 그랬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체질이 조금 바뀐건지, 종종 카페인의 영향으로 심장이 빨리 뛰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은 3잔이나 마셨으니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것 만 같다.

믿고 잊혀지고 지우고.... 임창정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바쁘게 사는 것도 한편으로는 재미있다. 하고 싶은 일의 우선순위가 좀 더 쉽게 매겨지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그 시간을 알뜰살뜰하게 아껴쓰게 된다. 알뜰살뜰하게라고 해서 스케쥴을 빡빡하게 채워 쓰는 건 아니다. 쉬고 싶으면 넉넉히 쉬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좀 더 몸을 잘 움직이게 되고,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시간에 더 집중하게 되는 정도다.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에게 우리는 종종 소흘해지곤 한다. 익숙해져가는 그런 과정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시간들이 사라지고 나면, 아니.. 많이 줄어들기만 해도, 아쉬움이 더욱 크게 밀려오고.. 심한 경우는 후회를 하게 된다.

선택한 일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고 살기로 마음먹었어도, 그것은 쉽지가 않다. 어느정도 예상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래도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그럴 수 가 없다. 자책하며 시간을 돌리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어치피 처음부터 알 수 없었고, 그 순간까지 살아온 모든 경험과 마음의 이기심, 두려움, 희망, 에라 모르겠다 하는 망각까지 모든 것이 종합적으로 판단을 결정짓는다. 충동적인것 조차 이미 그렇게 결정하도록 살아왔기에 가능.. 아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후회할 필요가 없지.. 그래 필요가 없어. 그래도 자꾸 후회가 된다면 다음번 선택의 순간에 다른 결정을 내리면 될 뿐이다. 글로는.. 말로는.. 이렇게 쉬운데.. 실제는 참.. 어렵다.

계산한 것도 아닌데, 남은 커피의 양과 글쓰기 시간이 딱 맞아 떨어지고 있다. 별것도 아닌데 가끔 이런일이 생기면 괜시리 기분이 좋다.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씩 철이 들어간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괜찮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모두가 그런편이니 말이다. 그리고 언젠가 정말 좋은 글을 쓰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부족함을 더 많이 경험하는 게 지금은 우선이지 싶다. 천천히 자세히 그리고 나답게 그렇게 경험하고, 기억하고, 기록하고, 재창조하는 그런 삶을 살아가야지. 그렇게 살다보면 어딘가에 가 있겠지. 마음이 지금보다 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느껴지는 그런 곳에 갈 수 있겠지. 너도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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