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57일차] 짧은글 쓰기

고된 하루를 마치며

by 김연필

#1

그렇게도 피곤하던 몸이 샤워 한 방에 개운해진다.


#2

흐르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있다보면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간다. 그 느낌이 좋다. 그 시간이 좋다.


#3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대충 젖은 머리를 말린다. 거울속에 비친 모습이 조금은 수척하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구나 싶다.


#4

로션을 손바닥에 덜어 대충 비비고는 얼굴에 문지른다. 건조해진 얼굴위로 부드럽게 번지는 로션이 얼굴에 빛을 비춘다. 조금 잘 생긴 기분이 든다.


#5

따듯한 드라이어 바람에 머리를 맡긴다. 작을 물방울들이 톡톡 튀며 어깨와 등에 떨어진다. 이따금씩 귓볼을 스치는 따듯한 바람이 간지럽다.


#6

전신거울 속에 비친 알몸을 바라본다. 예전보다 뱃살이 많이 줄어들 것은 좋지만 아쉽게도 근육도 줄어든 것 같다. 기분은 그렇지 않지만 쳐진 어깨를 통해 오늘의 피로가 드러난다. 조금 보잘것 없는 몸을 잠옷 속에 숨긴다.


#7

이부자리 위에 몸을 뉘인다. 세상에 이렇게 편한 순간이 따로 있을까? 몸은 피곤한 것 같아도 마음은 활기가 넘치기 시작한다. 이대로 잠들 수는 없다. 위스키를 한 잔 마시기로 한다.


#8

싱글몰트 잔에 위스키가 채워진다. 투명한 갈색빛이 벌써 목젓을 자극한다. 코를 잔 가까이 가져가 향을 맡는다. 진한 피트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바로 잔을 입으로 가져간다. 입안에 행복이 넘실거린다. 기분이 좋다. 한 잔 더 마실까? 맥주로 갈아탈까?


#9

모든 술은 첫 잔의 첫 모금이 가장 맛있다. 그래서 맥주로 갈아탔다. 라거냐? 필스너냐? 스타우트냐?

조금 전 위스키의 기분을 이어가려면 흑맥주다! 기네스를 집어 들었다.


#10

틱! 하고 캔뚜겅을 젓히자 슈쿠구구구 하고 기네스의 위젯볼이 기분 좋게 거품을 뿜어낸다. 잔에 따라 마셔야 더 맛있지만 오늘은 그냥 마시기로 한다. 벌컥벌컥 목구멍을 넘어 내 안으로 기네스가 들어온다. 캔을 내려 놓으니 입안에 기네스만의 풍미가 감돈다. 이 기분이라면 곧 잠들기 좋은 상태가 될 것 같다.


#11

고된 하루를 보낸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은 이처럼 샤워와 술 한 잔이 아닌가 싶다. 하루동안 몸과 마음에 묵은 때를 홀로 씻겨 내기엔 이만한 것이 따로 없다.


#12

오늘 글은 여기까지,

잠이 안 오시나요? 샤워하시고 맥주 한 잔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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