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64일차] 내 삶은 어떠한가?

나를 들여다보기

by 김연필

#1

할머니 한 분이 걸어가고 계셨다. 허리가 기억자로 굽은 몸을 카트에 의자하신채 걷고 계셨다. 내가 한 걸음에 걸을 거리를 할머니는 십여번의 걸음을 걸으셔야 이동하실 수 있었다. 그런 할머니를 보폭도 넓고 걸음도 빠른 내가 앞지르는 순간, 내 생각보다 할머니의 등은 90도가 넘게 굽어 계셨고, 할머니의 등은 주머니에 찔러 넣은 내 손끝에 닿으실 정도로 낮았다. 할머니를 지나쳐가며 늙는다는 것의 서글픔에 대해 생각을 펼치쳐는 찰나, 할머니께서 아주 평범한 목소리로 말씀을 하셨다.

'삶이 힘들어 이제 죽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네'

머리속에 떠오르려던 모든 생각이 다 무너져내리고 할머니를 앞지르며 얼굴을 힐끔 훔쳐보았다. 평온한 얼굴로 조금 더 앞서 걷고 계시던 할머니에게 던지는 말이었다. 너무나도 진실된 말처럼 느껴졌다. 희노애락의 어느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삶에서 그저 흘러나오는 말. 죽고 싶다는 말이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삶이 더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의 삶은 어떤 삶일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오늘 나에게 깊이 있게 던져보는 질문이다.

'내 삶은 어떠한가?'


#2

내 삶은 어떠한가?

이 짧은 질문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글을 써보려고 했지만, 좀처럼 생각이 정리가 잘 안되고 글을 써내려가기가 어렵다. 짧지만, 너무나도 큰 질문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지금까지의 모든 시간의 합인데, 그것이 어떠하다라고 적는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하지만, 적어내려가 본다면, 적어도 지금의 내가 느끼는 삶이란 어떠한지 조금을 알아챌 수 있겠지?


#3

2017년 3월 27일

지금 이 순간의 내 삶은 뭐랄까? 여기저기 빈곳이 많은 상태이다. 대충보면 그럴싸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봤을때 그렇다는 것이다. 타인의 기준으로 보면, 누군가에게는 엄청 행복한 사람일거고, 또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나약한 사람이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겐 모자란 것 투성이다. 그리고 내 삶이 어떠한지는 타인과 비교는 필요가 없다. 그저 온저히 나를 스스로 들여다보고 대답해야 한다.

내 삶은 어떠한가? 내 삶은 어떠한가?

나이는 벌써 이 만큼 먹었는데, 나이에 비해 부족한 것들이 많다. 정서적으로도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고, 감정적으로도 불안하다. 경제적으로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 긍정적인 마인드 만큼은 장점이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이 때문에 발전이 없나 싶다가도.. 발전을 해야만 하나?하는 물음을 또 만나고는 시선을 돌린다. 불확실하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 마음속에 무언가 하고 싶은 그 마음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고, 어떤식으로든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 삶은 어떠한가? 행복한가? 불행한가? 이렇게 묻는다면, 내 삶은 행복과 불행을 갈팡질팡 하고 있다. 행복만을 추구하고 싶은 것도 아닌가 싶고, 불행을 피하고 싶은 것도 아닌 것 같다. 기준이 없다. 그래, 나는 기준이 없다. 기준을 세울 만큼의 삶에 대한 확고함이나 자신감이 없는 것일까? 아니면 원래부터 기준이란 없는 걸까?

가만히 나를 들여다 보는 일은 사실 괴로운 일에 가깝다. 내 안에 있는 좋은 점들을 바라볼때면 자신감이 충만해지겠지만, 내 안의 나쁜 점들, 내가 나쁜 것이라고 규정한 그 것들을 마주하기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달갑지가 않고, 바꾸지 못 하는 건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나는 나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그래서 꼭 나와 마주쳐야 하면서도 내 멋대로 살다가 삶에 벤 못된 습관들이 나를 자꾸 나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적어도 오늘도 이렇게 글을 쓰며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마음을 쓰고 있는지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고민해보고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 삶은 어떠한가?

모르겠다. 마음이란게, 생각이란게 명확하지가 않다. 그래서 잘 모르겠다. 다만, 내 삶은 오늘도 내 안의 나를 만나려고, 진짜 나를 만나 그 나를 세상에서 뛰놀게 하려고 작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4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온전히 글로 옮기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다 드러나버리기 때문이다. 특히나 부족함과 성급함이 온전히 드러난다. 하지만 괜찮다. 지금의 내 글은 이렇게 드러나도 괜찮다. 그러고보니 내 글도 내 삶과 닮아 있구나. 그렇다고 조급해하지 말자. 차근차근 써 내려가다보면, 쓰고 싶은 글을 만날 것이고, 그러다보면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러니깐 멈추지 말자.


#5

너를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어. 내가 꼭 알아야 할 것들 중에 놓쳤던 것들을 배우고 있어. 그 과정 중에 함께 존재해줘서 고맙고, 한편으론 미안하다. 진작에 놓치지 않고 내 안에 채워뒀더라면 조금은 더 편안했을테니 말이야. 그래도 너는 알잖아. 내가 노력하고 있는거.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느낄 수 있어. 너를 더 소중하게 대할게. 그리고 믿을거야. 너 역시 나처럼 자신을 찾아 헤메이고 있으니깐 분명히 나를 알아줄거라고 말이야. 너와 내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그 날. 그 날을 기다리고 있어. 그 날이 오면 꼭 크게 말할거야. 오래 기다렸다고, 평생을 기다렸다고, 만나서 너무나 반갑다고. 사랑한다고, 처음부터 사랑이었다고. 너와 나, 처음부터 하나였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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