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78일차] 엄마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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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필

엄마, 오랜만에 편지로 이렇게 안부를 전하네. 자주 쓸려고 마음먹었는데, 쉽지가 않다. ㅎㅎ 그래도 오랜만에 아들 편지 받으니깐 좋지?

참, 신기해. 이렇게 엄마라고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막 따듯해지니말야. 아빠..아니 아버지한테는 미안하지만 그렇지가 않거든. 그러고보니 엄마는 어머니라고 부르는게 어색한데, 아버지는 이제 아빠라고 부르는게 어색하다.

지난번에 엄마 흰머리 많아졌다고 염색하라고 그랬는데 아직도 안했지? 별로 바쁘지도 않으면서 자꾸 돈아깝다고 그러지말고 꼭 가서 염색했으면 좋겠어. 엄마 늙어가는 모습 보는거 싫단말야. 흐르는 세월 막을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잠시 속일수는 있는거잖아. 그러고보니깐 엄마랑 데이트한지도 참 오래되었다. 대학교 다닐때는 그래도 두세달에 한 번씩은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그랬는데, 회사에 다니면서부터 내가 바빠져서 점점 뜨문뜨문 데이트하다 작년부터는 얼굴보기도 어렵다. 엄마보러 집에도 좀 자주 가고 그래야하는데, 회사일도 바쁘고, 연애도 해야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러다보니깐 어느새 엄마가 뒷전이 되버렸어. 미안해요. 이제는 혼자 지내는 자취생활이 익숙해져서 편하긴 한데, 가끔은 집에서 집밥 먹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엄마가 해주는 김치볶음밥이 난 세상에서 제일 맛있거든.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 이러면 또 이 글 보고 바로 나한테 전화해서 이번주에 집에 와서 김치볶음밥도 먹고 가고, 반찬도 좀 챙겨가라고 그러겠지. 가끔 귀찮은듯 괜찮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런 엄마가 있어서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수능끝나고 대학원서 쓸때 생각난다. 아버지는 무조건 4년제 들어가라고 난리였는데, 엄마가 내편 들어줬잖아. 맨날 회사만 다니면서 애가 뭐 좋아하고, 뭐 잘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런말하지 말라고 막 아버지한테 내대신 설명해주는데, 나 무슨 변호사 선임한 줄 알았잖아. 내가 엄마 닮아서 말을 잘하나봐.ㅎㅎ

그리고 이제는 아들 걱정은 좀 그만하고 엄마 삶도 좀 챙겼으면 좋겠어. 아직 장가는 안갔지만 그래도 만나는 여자도 있고, 일도 열심히 하면서 내 앞가림은 하고 있으니깐 말이야. 만나는 여자 생기면 만날 데리고 오라고 그러는데, 때가 되면 알아서 데리고 갈테니깐 재촉하지 말고. 둘이 충분히 그럴때가 되기 전에 그런 이야기하면 부담스러워한단 말야. 뭐, 엄마한테는 세상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아들이겠지만.. 내가 무슨말 하는 지 알지? 그래도 엄마랑 아버지한테 교육 잘 받아서 어디가서 허튼 짓하고 그러지 않으니깐 믿고 기다려줘요. 내 걱정할 시간에 엄마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들이나 하나씩 시작해봐. 그림 그리고 싶었다면서, 많이는 아니지만 내가 한달에 한번씩 보내는 용돈이면 그래도 어디 미술학원 다닐 정도는 되잖아. 아까워하지 말고 가서 배워. 나더러는 배울때 돈 아끼지 말라고 그러면서 엄마는 왜 그렇게 아끼는지 이 아들은 도저히 이해가 아니되옵니다.

에고, 편지를 쓴다는게 그만 잔소리만 늘어놨네.

숙자씨, 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하고, 늘 마음속에 품고 있고, 사랑하는지 알죠?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아니면 주변 친구들이 애 낳고 그러는거 봐서 그런지.. 엄마라는 사람이 너무 멋지고 경외롭고 막 그렇다. 얼핏얼핏 기억나는 아주 어린시절도 그렇고, 세상이 전부 놀이터였던 초등학생때도, 한참 사춘기로 예민했던 중학교 다닐때도, 모범생보다는 좀 노는 친구들과 지냈던 고등학교때도, 또 대학교, 군대, 첫 취업 그리고 지금까지 언제나 무조건적인 내편 해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세상 살아가는데 가장 든든한게 무조건적인 내편이 있다는 거라는걸 알게 된 뒤로, 엄마한테 너무너무너무 고마워. 내가 더 잘해야되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대신, 이번주말에 데이트하자! 벚꽃 떨어지기 전에 엄마랑 산책도 좀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같이 사진도 찍고 그러자. 그러니깐, 내일 꼭 미용실가서 염색하기! 알았지?

아름다운 김숙자여사, 내 엄마여서 너무 고마워요. 사랑해.


라고 엄마한테 편지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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