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77일차] 세상 모든 불빛이 나의 집이다

카우치서핑

by 김연필

여행자에게 집이란 어디일까?


여행을 떠나면, 내가 원래 살던 집은 여행이 끝나고 돌아갈 때까지 집이 아니다. 여행자에게 집은 그날 그날 묵는 숙소가 곧 집이 된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주머니 사정이 좀 넉넉하다면 하얀 시트로 깔끔하게 준비된 아늑한 호텔방이 집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여럿이서 함께 모여서 잠들 수밖에 없는 게스트하우스가 집이 된다. 보통은 그렇다. 여행자들은 자신이 여행하는 방식과 예산에 따라 숙소를 잡고, 그 숙소가 곧 그날의 집이 된다. 나라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보통의 돈을 주고 묵는 숙소라는 곳들은 어느 나라를 가도 비슷비슷하다. 우리나라의 호텔이나 유럽의 호텔이나 건물은 다를지 몰라도 방안은 비슷비슷하다. 게스트하우스는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방안에 이층 침대들을 들여놓는 순간 별 다를 게 없다.


여행을 하다 보면 현지인의 집에서 자보고 싶은 욕망이 샘솟을 때가 있다. 그 나라의 문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의 집이다. 그들이 어떤 음식을 해 먹는지, 그 음식을 하는 부엌은 어떻게 생겼는지, 욕실은 어떤 모양인지, 거실은 어떤 공간인지, 문 손잡이, 창틀, 창밖의 풍경까지 현지인의 집은 여행자에게 그 나라의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선물한다. 그리고 그중에 가장 큰 선물은 바로 그 집에 살고 있는 현지인이다. 그런 곳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런 기회를 주는 여행법이 있다.

하나는 '카우치서핑'이고, 다른 하나는 '에어비앤비'이다. 뭐, 그 외에도 '팟럭스테이'도 있고, 또 다른 서비스들도 아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먼저 언급한 2가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에어비앤비'는 최근 무서운 상승세로 여행자들에게 현지에서 살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오늘 '카우치서핑'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이유는 하나이다. '에어비앤비'는 해 본 적이 없고, '카우치서핑'은 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카우치서핑'은 호스트가 자신의 집의 빈 방이나 카우치(쇼파)에 여행객을 재워주는 서비스이다. 심지어 돈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다. 서구권 사람들의 집에는 보통 거실에 카우치(쇼파)가 있다. 방이 없어도 카우치에 사람 한 명 정도는 재울 수 있는 것을 기본으로 시작된 서비스이다. '카우치서핑'은 그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먼길을 다닐때, 어두워지기시작하면 마을에 들러 아무 집이나 가서 '계시오~ 지나가는 객인데 하룻밤 묵어 갈 수 없겠소이까?' 하고 묻던 것의 현대판이라고 보면 쉽다. 그럼, 이제 아무나라나 가서 문을 두드리고 'Can I stay your place for one night?' 이라고 하면 되는 것이냐? 그렇지는 않다. 그랬다가는 마음의 상처는 기본이고, 재수가 없다면 경찰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카우치서핑을 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는 매우 간단하다. 우선 카우치서핑 웹사이트에 가서 가입을 하고 개인 프로필을 만든 다음에 본인이 머물고 싶은 도시에서 호스트를 찾는다. 그리고 그 호스트에게 '계시오~'하는 것 처럼 내가 게스트로서 호스트의 집에 가고 싶다는 요청서를 작성해 보내고 답장을 기다린다. 웰컴 메일이 온다면 호스트의 집에 가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호스트를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유럽에서 6달 동안 (친구의 집에서 지낸 약 1주일과 캠핑을 했던 1주일을 제외하면) 카우치서핑으로 집생활을 했다. 대학교에 다니고 있던 여학생의 기숙사방이 내 집이 되었던 날도 있고, 출장을 떠나는 호스트가 탁묘를 부탁하며 1주일간 나홀로 집 전체를 사용했던 날도 있었고, 우리나라처럼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잔 집도 있었으며, 이름 그대로 카우치에서 잠을 자야 했던 날도 있었고, 원룸에 살던 여자 호스트가 남자친구를 집에 데려와 사랑을 나누는 소리를 들어야 했던 날도 있었으며, 클러버 호스트 덕분에 분위기 좋은 클럽에 갔다가 인기남으로 등극한 경험도 있고, 싱글맘과 술한잔 하다가 그리운 어머니 생각에 눈물을 쏟아낸 적도 있다.


집은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집은 생활과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곳이다. 그래서 집은 주인과 닮았다. 이처럼 카우치서핑은 단순히 잠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문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서비스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사람인 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여행법이었고, 그렇게 6개월을 카우치서핑을 하며 지낼 수 있었다.


4년 7개월이 넘는 기간을 여행자로 지냈었다. 그 긴 시간중에 여행자로서 가장 즐거웠던 시즌 중에 하나가 바로 카우치서핑을 했던 그 시간이다. 인도에서 타지마할을 보며 좋아했던 나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그저 그 건물과 건물들을 바라보던 그 시간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 이젠 더이상 날 두근거리게 하지도 못하는 기억이 되었다. 하지만 '카우치서핑'에서 만난 친구들은 다르다. 그들은 오래오래 기억속에 살아 있다. 친구가 된 그들을 통해 그 나라, 문화를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카우치서핑을 했던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자연적으로 그 친구들이 떠오르고, 묵었던 그 집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함께 만들었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그럴때면 '아..다시 가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슬쩍 고개를 든다. 운이 좋아 다시 만난 친구들도 있다. 터키에 여행인솔자로 가게 되어 다시 만났던 첫 호스트와 한국에 놀러와 다시 만난 폴란드 친구가 있다.


여행중에 하룻밤 혹은 며칠, 내 집이 생긴다. 상상만해도 즐겁지 않은가?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그 앞에서 콜라를 팔고 있는 아저씨가 더 궁금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보라. 그대도 분명 나처럼 좋아할 게외다.

매거진의 이전글[작심276일차] 짧은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