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296일차] 악마의 시간

이상을 버리고 현실을 택하다.

by 김연필

내 안에 악마와 천사가 있다.

언제부터 자리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내 안에 분명하게 있다는 것,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가 있다.

그 악마와 천사가 나는 무섭다.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다.

내보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천사도 악마도 필요하지 않다.

둘 다 없는 세상을 마음에 가져오고 싶다.

하지만, 오늘도 그 둘의 치열한 다툼을 감내해야 한다.

그 뿐이다.

악마가 마음을 장악하려한다.

힘겨운 싸움이 시작된다.

내 안의 천사와 악마가 첨예하게 자신을 드러낸다.

서로 마음을 장악하려한다.

동시에 생각도 좌지우지하려한다.

마음이 온전치 못하게 된다.

정신이 온전치 못하게 된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못하게 된다.

나라는 존재는 누가 이기는 것이 더 좋은지 알 길이 없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내 안의 악마와 천사의 싸움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신이 천사와 악마의 싸움에 개입할 수 없듯이

나도 악마와 천사의 싸움에 개입할 수가 없다.

그저 이 싸움이 빨리 끝나길 바랄뿐이다.

아이러니하다.

천사가 이기고 있을땐 편안함이 커지고

악마가 이기고 있을땐 짜릿함이 커진다.

아이러니하다.

악마는 하라는 긍정어로 나를 자극하고

천사는 하지말라는 부정어로 나를 규제한다.

천사가 나를 평온의 세계로 이끈다.

평온한 삶을 살지 말라고 악마가 나를 부추긴다.

자유와 방종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하는 천사의 입을 향해 재갈을 던진다.

배려와 나눔을 이야기 하는 천사의 입을 꼬매버리려 기꺼이 바늘을 꺼낸다.

악마에게 마음이 끌리기 시작한다.

악마가 최선을 다해 나를 설득한다.

오직 나의 욕망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평온한 삶 따위를 살아 무엇하냐고 다그친다.

함께 사는 세상같은건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라고 한다.

오직 너 자신만이 너를 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도 진짜 너를 모르지 않냐고 확인사살을 한다.

결국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인데, 너는 왜 자기 자신만을 위하지 않냐고 묻는다.

할말이 없다.

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상대를 위하는 일이 어째서 옳은일이냐고 묻는다.

할말이 없다.

후회하는 삶을 살기를 왜 두려워하냐고 묻는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라고 한다.

악마인 자신이 활개를 친 그 날들을 정말로 후회하고 있냐고 묻는다.

그렇지 않았다.

내가 왜 나쁜거냐고 악마가 슬픈눈으로 묻는다.

타인의 욕망과 너의 욕망의 다툼이

천사와 나와의 다툼과 다를것이 뭐가 있냐고 묻는다.

...

...

...

천사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악마의 시간이 시작된다.

삶이 요란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크하하하

크하하하

크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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