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313일차] April foosl

3화 - 뭐든지 다

by 김연필

"그런데.. 내가 하고 싶다고 해도 뭐든 다 할거는 아니라고 그랬잖아?"

"그게.. 일단은 다 해도 되겠다 싶었는데 그래서는 안될 일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그러면 평소랑 특별히 다를게 없잖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전제가 깔린 부탁이니깐 다르지."

"나한테는 그닥 다를게 없는 것도 같은데..."

"어째서?"

"어째서가 아니라..그건.. 내가 물어봐도 들어주지 않겠구나 싶은 부탁이라면 그건 오늘이 너와 나의 마지막이건 아니건 나는 묻지 않을테니깐 말야."

"왜? 내가 왠만하면 들어줄거란 말이야."

"왠만하면의 정의가 너와 내가 서로 다르니깐 문제가 되지."

"안돼. 약속했잖아. 6시간씩!"

"약속했어도 소용없는걸. 그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면 그럴 수 없는 거잖아."

사실은 확신이 필요했다. 적어도 내게는 확신이 반드시 필요했다. 내가 하는 부탁을 그녀가 반드시 들어줄 거라는 확신이 없다면 나는 내게 주어진 6시간을 특별하게 사용할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지금부터 24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믿을 수 가 없지 않은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길래 이러는 건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아무리 오늘이 만우절이라고 그래도 이건 좀 과하다 싶다. 심지어 24시간은 커녕 3시간 정도만 지나도 더이상 만우절이 아니다. 만우절 장난이 아니라면 대체 그녀는 왜 이런 상황을 만든건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왜 하필 나인가? 내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녀가 나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인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건가? 아니면 그녀가 말한 그대로 날 만나러 오는 길에 정말 갑자기 이러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인가? 그렇다고해서 내일 보지 못 할 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실제로 적용해볼 만큼 우리 관계가 깊은가?

"너는 내가 부탁하면 안 들어줄 만한 것이 있어?"

생각의 지옥에 빠져들고 있는 나를 그녀가 꺼내 올렸다.

"어?어?"

"나는 니가 안 들어줄 것 같은 부탁이 없거든. 부탁해서는 안 될 부탁은 있지만.. 그것도 부탁하면 들어줄 것 같은데, 어때?"

"글쎄.. 뭔지 들어봐야 알지. 그리고 내가 뭐든 다 들어줄 거 같다고? 안 들어주면 어쩌려고? 내가 뭐 그렇게 맘 좋은 사람인줄 아나..."

갑자기 훅 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녀가 내게 바라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 했을때부터 그것이 뭐든 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분명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다. 그런 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았다.

"그럼, 이렇게 하자."

그녀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말을 이어갔다.

"내가 먼저 6시간을 쓸게!"

"어?"

"니가 먼저 못하겠으면 내가 먼저 하는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니깐... 뭐든 다 들어주는 걸로 하는게 좋겠어. 제한같은거 두지 말자! "

"뭐든 다?"

"응. 뭐든지 다!"

"뭐든지 다라..."

그리고 그녀는 매우 반짝이는 눈빛으로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설령 살인일지라도 들어주기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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